16화_소풍 준비
16화_소풍 준비
2026.09.19
가든·⌛8분

“장인어른, 어디서 보내드려야 할까? 한번 같이 알아보는 게 어때?”
남편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맞다. 이 투병도 언젠가는 끝이 나고, 아빠를 모실 빈소가 필요했다. 지금 호스피스에 딸린 장례식장은 아빠의 친척들이 오가기엔 위치도, 크기도 마땅치 않았다.
아빠가 호스피스에 들어간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통상적으로 평균 60여일 뒤에 떠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도 머릿속으로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례식장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끝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외출 도중 겨우겨우 한 곳에 전화를 하고 그길로 방문했다. 상담실 쇼 윈도우에는 수의가 놓여 있었다. 그 모습이 왜인지 낯설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비용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사람이 떠나가는데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서글펐다. 이후엔 VIP실, 특실, 일반실 순으로 빈소를 직접 살폈다. 결혼식 준비처럼 빠르게 여러 가지를 가늠해야했다. 대략적으로 머물 공간을 정해두고 아빠가 위독해지는 상황이 생기면 연락하기로 한 후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해야 할 일을 끝냈음에도 홀가분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빠의 병실로 갔다. 아빠는 기력 없이 침대에 기대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아이는 오늘도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가서 간식을 받아들었다. 아이에게는 병원에 와서 먹는 간식이 아주 즐거운 루틴 중 하나였다. 그 모습이 그날따라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장인어른, 장례식장 알아보고 왔어요.”
남편의 말에 멍하니 있던 아빠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뭐 하러 벌써 알아 보노... 비싼 곳 안 된다..”
“생각보다 많이 안 비싸요. 딱 우리가 생각한 비용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위치는 IC근처로 했어요. 오가기 편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그래...”
아빠는 다시 말이 없었다. 나는 항암치료 전 기약 없이 병원에 있었던 시기에 아빠와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이미 마지막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눴더랬다.
“죽으면 춘양 갈 거다. 난 고향이 좋아.”
“그래 춘양.. 어디 묻히고 싶어요?”
“거기 안 있나. 너거 할배 할매 묻힌 곳.”
“에에, 거기가 얼마나 높은데. 우리가 어떻게 묻으러 가요.”
“왜 못 가노? 화장할거라서 무거운거도 없는데. 조서방이 들고 올라가면 되잖아.”
“아니..... 남은 사람들도 생각해줘요....”
“다 된다. 죽으면 장례식도 크게 하지마. 고마 다 작게, 제일 싼 걸로 해라. 타면 다 없어진다.”
아빠가 죽으면 고향에 갈 거 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들으니 마음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에서 아무리 빠르게 달려가도 두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였다. 거기다가 조부모님의 묘소라니? 다닐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험한 산길이 있는 곳이었다. 아빠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인 막막함이 따라왔다. 한편으로는 아빠가 벌써 죽음까지 생각하고 혼자서 고민했을 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아빠는 평생을 그랬듯, 세상을 떠나는 길마저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제일 싼 장례식, 화장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을 한 줌, 그리고 산길을 올라갈 사위의 수고로움까지 말이다. 나에겐 어려운 아빠의 고향을 떠올리며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차마 그 고집을 더 꺾을 수는 없었다. 그건 대구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늘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빠의 아이 같은 마음일지도 몰랐다.

“장인어른 그럼, 또 올게요.”
“엉 가~”
“가자 정원아~”
엄마는 손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마지막에 그녀가 불쑥 말했다.
“추석까지 버티겠나 싶다.”
“...아빠?... 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못 버틸거야 아마.”
“...그래?”
“응... 일단, 엄마부터 잘 챙겨먹고 해. 가요. 필요한거 있으면 연락하고.”
“응 가~”
돌아본 엄마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우리 사정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뜨거운 계절은 식을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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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안녕하세요. 가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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