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스런 아이바의 일생
유머스런 아이바의 일생
2026.09.06
아이바·⌛7분

104동 1501호. 부엌 옆 작은 방. 나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2010년 1월 25일. 10년 만에 네 식구가 다시 합치면서 그 방을 떠나게 됐다. 이사 가는 김에 안 좋은 기억 몇 개쯤은 같이 두고 오고 싶었다. 머릿속으로 상자 하나를 떠올려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장면들만 골라 담아 그 방에 두고 왔다. 새 출발이니까, 그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았다. 근데 알다시피 기억이라는 게 안 날 수는 없지 않은가. 가끔은 제멋대로 올라와 나를 힘들게 했다.

그 상자 안에는 부모님이 싸우던 날들도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싸우는 게 참 싫었다. 목소리가 커지면 두 분이 정말 헤어지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괜히 나까지 뭐 잘못해서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면 안 되니까. 누가 기분 안 좋아 보인다? 바로 눈치를 살폈다. 집안 분위기가 싸하다? 어떻게든 띄우려고 애썼다.

그러다 한 번은 싸우는 소리가 너무 싫어 집을 나갔다. 근데 초등학생이 갈 데가 어딨겠는가.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였다. 그러고는 한참 고민하다 결국 문자를 하나 보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래요.”

당시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것뿐이었다. 그렇게라도 두 분이 화해하길 바랐다. 정확히는 다시 올라갔는데도 여전히 냉랭해서 또 눈치 봐야 할까 봐 그게 싫었다.

이쯤 되면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을 것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잔망 떠는 타입이었다. 일부러 시덥잖은 농담도 던지고, 괜히 더 까불었다. 어이없어서든 진짜 웃겨서든 일단 웃으면 되는 거니까. 누가 한 번 웃으면 조금 전까지 무겁던 분위기가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나도 마음이 놓였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면 어린 마츠코가 아버지를 웃기려고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 장면을 보는데 좀 나 같았다. 방법만 조금 다를 뿐.

근데 내가 자꾸 웃기고 까불게 된 걸 다 부모님의 부부싸움 때문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원래 사람 웃기는 걸 좋아했던 걸 수도 있고, 하도 웃기다 보니 재능이 생겨서 좋아하게 된 걸 수도 있고.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자주 써먹었다. 집 밖에서도 그랬다. 분위기가 어색하면 드립 한 번 쳐보고, 반응 좋다 싶으면 하나 더 던졌다. 몇 번 잘 먹히고 나니 점점 먼저 나서서 웃기게 됐다.

사람들이 빵 터지면 괜히 내 할 일 한 것처럼 뿌듯했다. 어디를 가든 대충 깔깔이 역할을 맡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검사를 해봐도 유머는 늘 높은 쪽에 있었다. 뭐, 굳이 검사까지 해볼 필요는 없었다.

지금도 나는 까불이를 자처한다. 별거 아닌 걸로 농담하고, 괜히 장난치고, 생각 없이 사는 사람처럼 굴 때도 있다. 특히 집에서는 그렇다. 눈치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눈치 없는 척한다. 누가 기분 안 좋은지, 분위기가 어떤지는 대충 보인다. 보여도 모르는 체하고 괜히 쓸데없는 얘기를 꺼낸다. 가끔은 그냥 부딪혀서 얘기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아이스브레이킹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는 짓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예전처럼 분위기 한 번 싸해졌다고 바로 나대지는 않는다. 누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도 꼭 내가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웃기고 싶으면 웃기고, 아니면 그냥 있는다.

그래도 누가 빵 터지면 좋다. 나도 신난다.

뭐, 오래 하다 보니 제법 잘하게 된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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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바
안녕하세요. 아이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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