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살이 쪄서 외모에 대한 우울감과 강박 증세를 보이며 정신과 약을 타 먹는 사람에게 "너 살쪄서 옛날 옷 안 맞겠네."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공시 준비를 4년 넘게 했지만 실패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네가 공부를 덜 했겠지."라고 혀를
찰 수 있나요?
세상에는 머릿속에 떠오르더라도 입 밖에 뱉어도 될 말과 안 될 말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
생각을 말하는 것은 의지로 막을 수 있으니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언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나쁘게 먹었다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이 나쁘다고 봅니다.
하지만 요즘은 갖가지 이유를 붙여가며 무례한 말을 뱉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줘야지.", "내가 틀린 말
했어?", "나는 T라서 감정적으로는 말 못 해.".... 속된 말로 '쿨병'이 많아졌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집중할 뿐,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라는 건 상호작용인데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게 있습니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사람과 사람은 대화로 소통을 합니다. 그 대화라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데 취지가 있고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알아가기 위해 하는 것이 '대화'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연결되지 않는 대화는 더 이상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네 말은 틀렸고 내 말이 맞다.'라는 식으로 상대의 말을 정정하려 드는 방식의 대화는 어떨까요? 여러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잘못된 정보가 끼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순간 바로 "그 말은 틀린 것
같은데?"라고 하는 것은 대화일까요? 여러 사람 앞에서 무안을 주는 것이 대화일까요? 재밌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토론의 장으로
바뀌어버립니다. 상대를 정정하는 식의 문장은 토론장에서나 하는 이야기니까요.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에 따로 '대화'를 통해 정정해주는
쪽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야기를 한 당사자가 다시 사람들을 모아서 "아까 얘기한 정보는 00쪽이 맞다고 하네~"라고
웃으며 정정하는 방향도 생기니까요.
"우울증 같은 건 다 네가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래. 왜 그렇게 나약하니?"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아, 그렇구나. 내가 나약해서 그런 거구나. 그걸 몰랐네!"라고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요? 마음을 이야기한 사람에게는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이야기한 사람에게는 현실을 이야기하고요. 다시 말하지만 대화는 내 생각을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연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일기장에 적는 것이고요.
또 하나 예를 들어봅니다. 사랑을 해보셨나요? 혹시 사랑을 하는 법을 아시나요? 사람마다 사랑의 형태와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상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모두 존중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에 함께하는 시간을 사랑이라고 여깁니다. 반대로 어떤 일에서든
함께하고, 매 시간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야지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간, 쓸개,
심장까지 다 내줘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남는 시간'을 쓰는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합니다.
누구의 사랑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랑의 방식이 다르고 대화의 방식이 다른 겁니다. 심장까지 꺼내주는 사람은 심장을 주지
않는 사람을 더러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심장을 받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심장을 내밀며 네 심장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강도 같은 짓이 됩니다. 이것 또한 연결의 형태를 한 대화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과 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내 말과 사랑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상대방의 형태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심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감정을 필요로 하면 감정을 주면 되는 것이며, 그것이 '존중'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