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첨벙!
첨벙첨벙!
2026.07.08
비보·⌛6분

딱 죽기 직전까지 사랑했다. 꼬르륵, 잠겨버릴 때까지. 마치 세이렌이라도 본 것처럼.

사랑이라는 말에 붙일 말이 얼마나 많은가.

닿지 못해서 더 고귀한 사람이었다.
너는 절대 이런 내 마음을 몰랐으면 했다. 지독하게 어두운 마음을, 너는 몰랐으면.
그럼에도 알아줬으면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너를 애정한다고.

전에 썼던 글에도, 내 글은 너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한참을 앓았다. 그 잔상을, 끝없이.

꽃을 전해주던 그 사람이, 꽃을 떨어뜨려주던 그 사람이.

또 다시 빛을 본다.
평화롭기 짝이 없다. 해가 내일의 밝음을 위해 점점 가라앉고, 여기 나도 있었다고 예쁜 빛으로 머금은 채 어둠만이 쌓여간다. 우리가
정답일거라고, 믿게되었으니까. 너와 내가 중심에 있다고, 그렇게나.
.
.
.
풍덩!

이런, 어김없이 또 잠겨버렸다.
이번에 이어질 이야기는 그 뜨거운 온도에 놓여져있던, 그토록 선명해서 데일까봐 걱정했던 감정이 서서히 바래가는 ‘희미한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스위치를 켜고 부루마블 같은 게임을 하던 날이었다. 그 게임만 하면 나는 매번 졌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내가 계속 이기고 있었다.
신이 나서 몇 번 더 놀렸고, 그 장난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씨익씨익 이걸 가지고 뭘 그렇게 그러는거야. 중간부터 마음상한게 보여서
져주려고도 했었으니까. 별것 아닌 일이었는데도 우리는 둘 다 서툴게 삐쳤다. 나는 나가서 자겠다고 했고, 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문 앞에 서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 끝을 조심스레 들추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가자. 응? 산책하자. 같이."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이 어둑어둑한 골목을 걸었다. 뚝뚝, 6학년때 썼던 작은 투명우산 탓에 우리 둘이 서있을 자리가
적었다. 빗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고, 운동화 안까지 물이 스며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했는지, 서로 웃었는지도 흐릿하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 우리는 서로의 기분을 되찾아주기 위해 기꺼이 비를 맞던 사람들이었다는 것.

이상하게도 지금은 싸웠던 이유보다 그날의 비가 먼저 떠오른다. 사랑은 이런 장면들로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젖어주던 마음. 상대가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던 마음.

지금은 그날의 비를 떠올려도 더 이상 젖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다만 안다. 사랑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날의 빗물처럼 내 안
어딘가를 천천히 흘러갔다는 것을.

첨벙첨벙!
아울러 감정이란, 스르륵 뿅!하며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둥둥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기에.
내 안에 머물던 그 마음 덩어리를 물려받게 되는 작은 존재들.
착륙점이 사라진 채로, 이리저리 맴돌다가도 겨우 착륙해낸 곳의 이야기를.
이제는 아무래도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망치는 것은쉽다. 도망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뿐. 그럼 나는 어디서 도망친걸까.
그 럼 나 는 어 디 서 부 터 도 망 치 지 않 아 야 했 을 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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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
안녕하세요. 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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