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_아빠의 기저귀
15화_아빠의 기저귀
2026.09.11
가든·⌛8분

결혼식장에 가기 위해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던 토요일이었다.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저기 그 뭐야... 마트에 갈 일 있나?”
“응? 필요한 거 있어요?”
“어... 가면 있잖아 기저귀.. 어른들 차는 거. 있는지 봐봐.”
“...음? 많이 불편해요?”
“어.... 화장실 가기가 어렵네...”
“아! 알겠어요. 가는 길에 들러볼게요. 오후에 갖다 주러 갈게요.”
아빠와의 통화에서 짐짓 태연한 척 했지만 통화 하는 내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엄마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엄마, 아빠 많이 불편해요? 계속 괜찮았잖아?”
“어 그러게 말이야.. 아니.. 많이는 아닌데, 어제 오늘 계속 실수를 하네.. 병원에서 해보라고 준거는 너무 커. 인터넷에서 시키면 빨리 안 오고 하니까.”
“아, 뭘로 사야하는지 알아요?”
“음 모르겠어. 병원에서 준건 중형인거 같은데. 한번 가서 봐줘.”
“알겠어요~ 근데 오늘 결혼식 있어서 오후 늦게 갖다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전화를 끊고, 운전 중인 남편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차를 돌려 마트에 들렀다. 간단하게 사고 나가야겠다는 결심도 잠깐 뿐이었다. 병원에 있을 엄마에게 필요해 보이는 건 왜 이리 눈에 많이 보이는지.. 카트가 금방 다 차버렸다.
그러고 나서도 마지막에 성인용 기저귀 코너에서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패드형? 팬티형? 이건 밴드처럼 붙이는 게 맞는 건가? 소형, 중형, 대형.. 이것도 생리대처럼 나눠져 있는 건지 체급 차이인건지 헷갈렸다. 일단 마른 아빠를 떠올리며 소형을 담았다. 내가 쓰는 생리대와 딸아이 기저귀만 사봤지, 내 손으로 성인용을 살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마음이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했다.

그렇게 겨우 계산을 마치고 마트에서 빠져나왔다. 서둘러 결혼식장으로 가야하는 시간이었다. 옆에서 고군분투하는 날 보던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뭐 좀 물어볼라고. 그 어른들 쓰는 거 말이야 기저귀.”
“..아, 사돈어른? 이제 쓰시려고?”
“응. 우리가 잘 모르겠어서. 이거 밴드로 된거? 사면되나 크기는?”
“어어 잘 샀어. 팬티형은 거동 가능한 분들이 스스로 벗고 할 수 있을 때 쓰는 거고~ 너 할머니도 밴드형 그거 썼었어. 사돈어른이 얄상한 편이시니까 소형이 좋을 거고. 그거만 사지 말고 속기저귀가 따로 있어. 그거 안에 덧대서 그거만 갈아 쓰면 오래 써.”
“다 그거 말하는데, 그게 안 보이더라고. 알겠어요 고마워요.”
“어 기저귀 가는 법 모르겠으면 유튜브에 찾아봐 잘 나오더라~ 사돈어른 안부 전해주고.”
“응 다음에 봐요.”
통화를 끝으로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창밖으로 빗소리와 와이퍼 소리만이 무심히 들려왔다. 시끌시끌한 결혼식장에 도착해서야 복잡한 생각들을 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일정을 마무리하고 병원에 들렀다. 일주일 사이 아빠는 더 말라 있었다. 하지만 손녀를 보는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딸은 여전히 병원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가 낯선 듯 쭈뼛쭈뼛했다. 엄마는 쭈뼛대는 손녀를 살뜰히 챙겼다.
“정원이 이리와~ 까까 먹을까? 요거트도 있네!”
“뭐예요?”
“아니... 과자는 아침마다 목사가 와서 주고 가. 요거트는 점심때 나오는데 나도 안 좋아하고.. 그래서 정원이 주려고 놔뒀지~”
딸은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 옆에 착 붙어 요거트를 먹으며 해맑게 웃었다. 욕심은 어찌나 많은지, 요거트도 모자라 과자를 양 손에 하나씩 쥐고 번갈아가며 먹었다. 아빠는 그런 손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병실을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기저귀를 내밀었다.
“이거 부탁했던 거. 이게 제일 작은 거래요.”
“으메 이게? 왜 이렇게 크노. 맞겠나 모르겠네..”
“어쩔 수 없지..”
“일단 써보면 다를 수 있으니까 써봐요.”
“장인어른, 또 올게요. 정원아, 할아버지 손 잡아드릴까?”
딸은 잠시 머뭇대더니 아빠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빠도 힘주어 손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온기 속에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에는 어떤 말이 오갔을까. 아빠는 다음 한 주도 살아갈 수 있을까. 대답 없는 물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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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뭘해도 짠한 오랑우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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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안녕하세요. 가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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