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의 노후 취미 생활을 찾아보던 중 드럼을 치고 싶다 하더군요. 마침 그 당시에 제가 다니던 보컬 학원에서 드럼도 취급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백발의 노인 분께서 드럼 레슨을 마치고 나오신 걸 본 적이 있었어요. 되게 보기 좋았고요. 취미에 나이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흔쾌히 배워보라 했습니다. 원장님께 금액도 여쭤봤습니다. 한 달에 16만 원이라더군요.
한 번 다녀보는 건 어떻냐고 여쭸더니 "막상 배웠는데 안 맞으면 16만 원을 버리게 되는 거니까 아깝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왜 아깝지?'
저는 꿈나무였습니다. 네이버 스토어도 열고 싶었고, 캔버스 작업으로 캐릭터도 그려보고 싶었고, 인스타툰이나 웹툰도 그려보고 싶었고,
행사에 부스도 내보고 싶었고, 춤도 춰보고 싶었고, 바이올린도 켜보고 싶었고, 글도 써보고 싶었고, 보컬도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모조리 해봤습니다. 돈 많아서 한 거 아닙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항상 일은 했습니다. 취미로 인한 배움에
손 벌린 적이 없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건 꼭 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8학기는 학기별로 다른 짓을 했습니다. 다른 꿈을 키우면서요. 그리고 8개의 꿈 전부를 접었습니다.
누군가는 4년을 허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 4년으로 앞으로의 70년을 벌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그 꿈들을 돌아볼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경험은 배신하지 않기에 겪었던 실패들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행동을 피하고 있습니다. 경험의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취미를 조금 줄이면 충분한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되는 사람이 하고 싶다고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을 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취미뿐만 아니라 사람을 상대할 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재보고 따지다가 시작도 안 해보는 경우가 허다하죠. 사람도
취미도 오히려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데 막상 안 맞는 경우가 더 문제입니다. 안 맞는 꿈을 쥐고 계실 건가요? 그거야말로 감정 낭비가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에게 맞고 안 맞고는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영원히 모르니, 중간에 잠시 쉬더라도 일단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취미였고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서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금전적인 여유가 조금 되자 마음속에 묵혀놓았던 바이올린을 충동구매했습니다. 어릴
때의 결핍은 어른이 되면 집착으로 이어지더군요. 가능한 한 빨리 풀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독학으로 열심히 '마법의 성'을 한 곡 완주했습니다. 기교는 없고 그냥 음만 맞은 것에 만족했습니다. 악기는 독학하기가 어렵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듯해서 일단 내려두었습니다. 조금 더 여유가 되면 그때 하려고요. 바이올린이 안 맞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는 다시
해야지' 목록에 들어갔습니다. 막연히 하고 싶다는 집착은 사라졌고,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여유가 안 돼서가 아니라, 그저 실행력이 부족하거나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 번쯤 시작은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도 글이었고, 저도 글을 이렇게까지 쓸 줄은 몰랐습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단 시작했더니 안 맞는 사람들은
공통점을 알아냈고, 잘 맞는 사람들은 곁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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