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 때문에 자주 비굴해진다는 것
우리가 사랑 때문에 서로 미워한 적 있다는 것
기차 안에서 편지를 다 쓰고 눈 감은 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는 함부로 아름다움을 말하지 않는 사람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둠을 겹겹이 입고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
우리가 함께 있으면 가난해진다는 게 슬프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벗어 준 마음이 가난한 것일까 봐
각자 가져온 책을 읽고
바다를 많이 보고 많이 걸었다
덕지덕지 소금 냄새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왜 자꾸 덧씌워지는 걸까 두려웠어 네가 너무 깊이 잠든 것처럼 보일 때 표정 없는 표정 위로 드리운 구름이 내가 몰고 온 것일까 봐
그러나 너는 구름을 함부로 읽지 않는 사람 비가 내리면 조용히 맞으며 오래오래 서 있겠지 그것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안목해변에서 강문해변 지나 순긋해변과 사천해변
바다도 구름처럼 수많은 이름을 가졌다
물결은 접히고 또 접히면서
우리를 새기려 하는 것 같아
이 편지는 한동안 다시 읽지 못할 것 같아
어딘가에 새겨진 우리가 비굴한 모습으로 서로 미워할지라도
기억하겠니?
바다는 아무리 헹궈도 바다라는 것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할 거라는 것
그때 네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건 말이야
이미 내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크리스 씨, 토요일은 편안하지만 일요일이 무서워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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