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러들의 애송시

오리지널 시리즈

모각러들의 애송시

<불구경> 입장료로 받은 시를 한 푼 두 푼 모았습니다.

저자: admin

아티클 87개

아티클 87
사랑과 우정
### 사랑과 우정 ***에밀리 브론테*** *사랑은 들에 핀 장미를 닮았으며* *우정은 호랑가시나무 같구나 -* *들장미는 화려하고 호랑가시나무는 칙칙하나* *거듭 꽃을 피우는 게 어느 것이던가?* *봄에 …
2025.11.09
사랑과 우정
부치지 않은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 오던 날 산도 강도 뒤…
2025.11.09
부치지 않은 편지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2025.11.09
멀리서 빈다
여인숙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뿜,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
2025.11.09
여인숙
사랑의 발명
사랑의 발명 이영광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2025.11.09
사랑의 발명
낭만젊음사랑
노래가사는 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시 입니다. 이세계의 곡 "낭만젊음사랑"을 바칩니다. 오늘 밤 이 노래를 틀고 가사를 음미하며 잠들어 보아요. 낭만젊음사랑 _ 이세계 고요한 밤이 찾아와 아무도 몰래 멀리 떠…
2025.11.09
낭만젊음사랑
이방인
## <이방인>,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나를 가장 사랑하지 않는 건 나였어요 혹독히 몰아냈죠 질타하고 배척하고 매일 나는 나의 바깥에 있었어요 이방인 되어 살았던 거예요 나에게 밤마다 잊힌 국적을 …
2025.11.09
이방인
세상 끝 등대
박준 - 세상 끝 등대 1 내가 연안(沿岸)을 좋아하는 것은 오래 품고 있는 속마음을 나에게조차 내어주지 않는 일과 비슷하다 비켜가면서 흘러들어오고 숨으면서 뜨여오던 그날 아침 손끝으로 먼 바다를 짚어가며 잘 보이…
2025.11.09
세상 끝 등대
용기
**용기** 이규경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못해요 --- 아직 제출까지…
2025.11.09
용기
비롯
**비롯** 먼 나라에서 사는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어제 네가 내 꿈에 찾아와서 아주 두꺼운 책을 주고 갔어. 절대로, 절대로 읽지 말라고 하면서." 그 친구의 이름은 여름 나는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2025.11.09
비롯
풀꽃
나태주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00자를 적어야 하네요. ㅎ 이 시를 좋아하는 것은 사진 작업을 하는 방향과 비슷합니다. 평소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또 보고 그리고 …
2025.11.09
풀꽃
쉽게 씌어진 시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
2025.11.09
쉽게 씌어진 시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
2025.11.09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해변의 묘지
어딘가에서 소개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란 글 귀가 참으로 깊게 와닿았다. 삶이 참으로 벅찼을 때도 바람은 불고, 삶은 멈추지 않는다. 조금만 쉬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은 내게 어떤 특혜도…
2025.11.09
해변의 묘지
스며드는 것
#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살 속으로 스며…
2025.11.09
스며드는 것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
2025.11.09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청춘
우리의 사랑은 마지막이 될 거고, 그 마지막 사랑은 언제나. **여름이다.** ## 청춘靑芚 여름은 왜 청춘을 닮은 걸까? 무더운 햇살이 우리를 비추는 것도. 비가 쏟아져 내리는 장마철도. 왜 다 청춘을 닮은 …
2025.11.09
청춘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4년 쯤 전인가. 혼자 여행 갔을 때 독립서점에서 시집을 샀다. 그 시집은 나보다 잘 어울리는 이에게 생일 선물로 줘버렸지만, 아직도 그 속의 시 두 편이 가끔가끔 생각난다.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 신용…
2025.11.09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조용한 날들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주 보는 눈이 없다 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 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 나…
2025.11.09
조용한 날들
질문의 책
[질문의 책-파블로 네루다 pdf (*the book of questions - Pablo Neruda*)](https://www.arvindguptatoys.com/arvindgupta/neruda-book-que…
2025.11.09
질문의 책
봄울 맞는 자세 2
봄이 와서 꽃 피는 게 아니라 꽃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 긴 겨울 찬바람 속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도 기어이 새움이 트고 꽃 핀 것은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던 봄을 데려오기 위함이다 골방에 처박혀 울음만…
2025.11.09
봄울 맞는 자세 2
기억의 우주
기억의 우주 고개를 든 것뿐인데 보면 안 되는 거울을 본 것일까 고통스레 관계를 맺은 기억들, 기억의 매혹들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제 쓰거운 것이 돼버린 파문들을 단숨에 먹어치우고 끝내버리자는 것일…
2025.11.09
기억의 우주
동경
동경 당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가 서로의 웃음을 보며 웃을 수 있다면 좋겠군요. 헤어질 때는 포옹을 하면 좋겠군요. 이게 다 당신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꿈꾸는 일이겠지요. 당신을 잘 알게 되면 좋겠군요. 당신…
2025.11.09
동경
면면
면면 이병률 손바닥으로 쓸면 소리가 약한 것이 손등으로 쓸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먹을 것 같지 않은 당신 자리를 비운 사이 슬쩍 열어본 당신의 가방에서 많은 …
2025.11.09
면면
설일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
2025.11.09
설일
봄밤
김수영 / 봄밤 ​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 오오 봄이여 ​ 한없…
2025.11.08
봄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듫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
2025.11.08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가을 손
### 가을 손 장석남 새벽 술을 마신다 먼동 온다 습관처럼 손을 내려다본다 먼동 위에 뜬 손등 못 보던 손이다 보호색을 띠고 있다 쌓인 나뭇잎 속에 넣으면 숨겠다 가장 가깝게 한 일은 엊저녁 전화기 숫자를 꾹꾹…
2025.11.08
가을 손
너의 하늘을 보아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
2025.11.08
너의 하늘을 보아
시집
작곡하듯이 쓸 것 3차원의 문제도 4차원의 문제도 아닐 것 처음과 끝이 반드시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을 것 끝까지 듣게 할 것 시간이 아닐 것 어떻게 잡아챌 것인가, 그 종이의 다른 차원을 그 노래를 처음 …
2025.11.08
시집
청춘
청춘- 산울림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영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
2025.11.08
청춘
후손들에게
후손들에게 \- Bertolt Brecht 1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하나없는 이마는 그가 무감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웃는 사람은 단지 그가 끔직한 …
2025.11.08
후손들에게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메서 그치거나 만족하…
2025.11.08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 이문재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
2025.11.08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
#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 , 고선경   우리가 사랑 때문에 자주 비굴해진다는 것 우리가 사랑 때문에 서로 미워한 적 있다는 것   기차 안에서 편지를 다 쓰고 눈 감은 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는…
2025.11.08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
날개 환상통
<날개 환상통> 김혜순 하이힐을 신은 새 한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마스카라는 녹아 흐르고 밤의 깃털은 무한대 무한대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늘 같은 꿈을 꿉니다 얼굴은 사…
2025.11.08
날개 환상통
산다는 것
산다는 것 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
2025.11.08
산다는 것
짝꿍의 모래
1년 중 9개월은 너무 추운 이곳에도 여름이 찾아왔다 긴 옷을 벗는 일은 쑥스럽지만 팔다리는 별을 좋아하지 검게 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여름이면 짝궁과 바다에 갔다 작은 마을의 경계에는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 …
2025.11.08
짝꿍의 모래
민박
민박 / 권대웅 반달만한 집과 무릎만한 키의 굴뚝 아래 쌀을 씻고 찌개를 끓이며 이 세상에 여행 온 나는 지금 민박중입니다 때로 슬픔이 밀려오면 바람 소리려니 하고 창문을 닫고 알 수 없는 쓸쓸함에 명치끝이 아…
2025.11.08
민박
저택 관리인
저택 관리인 강보원 마루야, 하고 나는 불렀는데 방 안에 있던 푸들들이 다 우르르 달려오는 거야 백한 마리나 되는 이 푸들들의 이름을 다 마루라고 한다면 겹치는 걸까? 겹치면 더 좋겠지…… 나는 구분 가지 않는 …
2025.11.08
저택 관리인
측량사
<측량사> 자는 길고 저울은 튼튼합니다 아마도 자는 해발과 수심을 재던 물건이었을 겁니다 저울은 정육점에서 쓰던 물건 같습니다 무엇이든 잴 수 있습니다 악취를 풍기는 구덩이, 머뭇거림이 뛰어내리지 못하는 난…
2025.11.08
측량사
생일 편지
생일 편지 - 안미옥 정신을 똑바로 차려. 그러면 잠이 쏟아진다. 발이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스팔트가 녹고 있어서. 긴 장화를 샀다. 비가 오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한번 사라진 계단은 다시 나타…
2025.09.07
생일 편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
2025.09.07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희망은 날개 달린 것
희망은 날개 달린 것 - 에밀리 디킨슨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에 둥지를 틀고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르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그 노래를 모진 바람 불 때 더욱 감미로워라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이 감싸준 그 작…
2025.09.07
희망은 날개 달린 것
나의 9월은 너의 3월
감정은 여러 종류의 검정 흰 시계탑 아래에서 만났지 정오의 어두움 광장과 민낯 무분별한 화합 그런 것들 건강한 아픔이 있다 행인이 말하는 걸 일행도 아닌 내가 들었다 열두시가 지나서야 겨우 너를 찾았다 언제나 제…
2025.09.07
나의 9월은 너의 3월
노동자들
노동자들 - 아르튀르 랭보- 오, 이 따뜻한 이월의 아침! 때아닌 남풍이 갑작스레 불어와, 터무니없이 가난하던 우리의 추억을, 우리 젊은 날의 가난을 다시 들추…
2025.09.07
노동자들
도토리의 크기
도토리의 크기 - 크다고 다 좋을까 심후섭 에이, 너무 작다 도토리! 이걸 주워 언제 묵을 만드나 수박만 했으면 서너…
2025.09.07
도토리의 크기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 욕정으로 타오르…
2025.09.07
10월
럭키 스트라이크
럭키 스트라이크-오 은 건수를 올리기 위해 우리는 볼링장에 간다 카운터에서 발에 딱 맞는 슈즈를 신청하고 10파운드쯤 되는 볼을 고른다 남들 다 하듯 손가락 사이사이 송진 가루도 묻혀본다 세 개의 구멍에 …
2025.09.07
럭키 스트라이크
13월의 예감
13월의 예감 이현호 나는 조용히 미쳐가고 있었다 물컵 안에 뿌리내리는 양파처럼 골방에 누워 내 숨소리를 듣는다, 식어가는 유성의 궤적을 닮아가는 산(山)짐승의 리듬이 빈방으로 잘못 든 저녁을 잠재우고 있다…
2025.09.07
13월의 예감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
2025.09.07
서시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나는 널 들을게 이젠 말해도 돼 날 보며 아 숲이…
2025.09.07
숲
커피숍에서
팔이 닿을 듯 가까운 옆 테이블 열아홉 살 연극배우 지망생이 운다 열아홉 살이나 됐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너무나 한심하고 비참해요 운다 마흔네 살이라는 연극 연출가도 운다 네 나이가 울면 나는 어떡하니 …
2025.09.07
커피숍에서
나비
<나비> 김혜순 탄새이란 항상 추락이고 죽음이란 항상 비상이라 하니 절벽에서 몸을 날려본다 사카이 도모미 남은 날 있다고 생각하며 줄 서는 복권가게 앞 다카키 마슈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백야> 김혜…
2025.09.07
나비
놀러와
놀러와 나는 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이준이는 나의 가장 친한 동생 엄마는 나의 가장 큰 집 엄마는 눈커풀이 얇아서 자주 웁니다 너에게 좋은 것을 줄게 말하면서 울고 자전거 타는 나를 보면서 웁니다 넘어지는 걸 두…
2025.09.07
놀러와
청혼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
2025.09.07
청혼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자는 저의 삶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는 시입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2025.09.07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당신에게
흠뻑 젖으실래요? 슬퍼도 울 줄 모르는 당신 기뻐도 웃을 줄 모르는 당신 오늘은 한 번 실컷 젖어보세요 젖어서 외쳐보세요 나는 젖어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진정 젖어서 살아 뛰는 당신…
2025.09.07
당신에게
고양이
고양이 이성복 주먹만한 작은 고양이 발을 핥는다 발가락을 핥는지, 발바닥을 핥는지 눈치도 안 보고 핥는다 버스를 기다리던 중학생 하나 농구화 신은 발을 들이대니 고양이는 무심코 고개를 젓는다 아까부터 나…
2025.09.07
고양이
감각
<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2025.09.07
감각
막막함이 물밀듯이
<막막함이 물밀듯이> / 이승희 이 막막함이 달콤해지도록 나는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모른다. 헛된 예언이 쏟아지도록 나의 혀는 허공의 입술을 밤새도록 핥아댔다. 막막함이여 부디 멈추지 말고 나의 끝까지 오시길, 나…
2025.09.07
막막함이 물밀듯이
진정한 여행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
2025.09.07
진정한 여행
거울
<거울> 이상(1933)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
2025.09.07
거울
조용한 열정
살면서 쓰지 않은 물감이 있다 살다보니 많이 쓴 물감도 있다 하늘을 칠할 때 하늘색으로 칠했다 마음에 담긴 하늘의 색이 때마다 달라도 여전히 쓰지 않은 물감이 내게 있다 재능이라 믿었던 어떤 것을 취향으로 꺾은…
2025.09.07
조용한 열정
구름의 서쪽
구름의 서쪽-조용미 당신은 내가 모르는 사이 죽음 근처에 다녀왔소 당신이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요 당신은 내게 항상 부재하는 실재였으므로 어쩌면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나는 이전의 …
2025.09.07
구름의 서쪽
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류시화 슬픔이 문을 두드릴 때 너무 깊이 숨었다 기쁨마저 찾을 수 없을 만큼 절망이 뒤쫓아올 때는 더 멀리 달아났다 희망마저 따라오기를 포기할 만큼 불행을 이겨 낸 후에는 혹…
2025.09.07
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구실
구실 김미선 햇살이 방 안 가득 쏟아진다고 너에게 편지를 쓰는 구실을 만들고 초록이 마당 가득 채워진다고 또 한 번 편지를 쓰는 구실을 만들지 정작 내가 하고싶은 말은 조심스러워서 못하고 대신에 점점이 찍히우는 …
2025.09.07
구실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 ​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
2025.09.06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 ​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
2025.09.06
개 같은 가을이
굴절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굴절, 이승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던 시들 중 하나입니다. 평소에 시를 찾아 읽는 편은 전…
2025.09.06
굴절
물에 잠기는 순간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굴절, 이승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던 시들 중 하나입니다. 평소에 시를 찾아 읽는 편은 전…
2025.09.06
물에 잠기는 순간
미안합니다부치지못할편지가하나더늘었습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는 무덤이 되고 나는 정해진 날에 한 번 그 무덤에 가 새로히 장례를 치릅니다. 모든 종이는 축축하고 모든 글씨는 번져있지만 불씨만은 떨어뜨리지 못 하는 채로. 나는 그렇게 살아요. 희망은…
2025.09.06
미안합니다부치지못할편지가하나더늘었습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는 무덤이 되고
부치지 못한 편지는 무덤이 되고 나는 정해진 날에 한 번 그 무덤에 가 새로히 장례를 치릅니다. 모든 종이는 축축하고 모든 글씨는 번져있지만 불씨만은 떨어뜨리지 못 하는 채로. 나는 그렇게 살아요. 희망은…
2025.09.06
부치지 못한 편지는 무덤이 되고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
2025.09.06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
2025.09.06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자화상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윤동주_ 자화상 中 가을, 오래도 기다리셨습니다. 그늘에 설 때면, 또 하루 해가 질 무렵에 제법 가을처럼 바…
2025.09.06
자화상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윤동주_ 자화상 中 가을, 오래도 기다리셨습니다. 그늘에 설 때면, 또 하루 해가 질 무렵에 제법 가을처럼 바…
2025.09.06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 이해인>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 날 첫 꿈을 이룬 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꽃삽을 든 날은 언제나 생일이지요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간 날 절망에서 희망으로 거듭난 날 오해를 이해로 바…
2025.09.06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불경
<불경>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높은 신발장 마루에 앉아 귀가하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7살짜리 어린아이가 불경(佛經)을 왼다 어디서 들었나 피식 웃으며 지나친다 이부자리에 누우니 아이의 눈빛이 생각난다 건강…
2025.09.06
불경
자유
<자유> -폴 엘뤼아르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
2025.09.06
자유
유빙
유빙 -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고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
2025.09.06
유빙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
2025.09.06
사랑은 야채 같은 것
파도
<파도> 누가 저렇게 푸른 종이를 마구잡이로 구겨 놓았는가 구겨져도 가락이 있구나 나날이 구겨지기만 했던 생의 한 페이지를 거칠게 구겨 쓰레기통에 확 던지는 그 팔의 가락으로 푸르게 심줄이 떨리는 …
2025.09.06
파도
<집> 얼마나 떠나기 싫었던가!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던가! 낡은 옷과 낡은 신발이 기다리는 곳 여기, 바로 여기. -나태주
2025.09.06
집
뼈아픈 후회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
2025.09.06
뼈아픈 후회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2025.09.06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취하라
취하라 - 샤를 보들레르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두 어깨를 짓누르고 땅으로 몸을 구부려뜨리는 끔찍한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으려면, 당신은 계속 취해 있어야 …
2025.09.06
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