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의 모래
짝꿍의 모래
2025.11.08
비보·⌛2분

1년 중 9개월은 너무 추운 이곳에도
여름이 찾아왔다
긴 옷을 벗는 일은 쑥스럽지만
팔다리는 별을 좋아하지
검게 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여름이면 짝궁과 바다에 갔다
작은 마을의 경계에는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
저 멀리엔 표정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이
팔다리를 볕에 내놓고 있었다

먼 미래를 걷는 것 같아
모래사장을 거닐며 짝꿍에게 말했다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하얗고 곱다니
짝꿍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까마득한 미래에도 우리는 부서지고 있는 거냐고
묻지 못했지만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일일이 부서진 미래를 모아 성을 쌓았다
검은 파도가 금세 성을 집어삼켰다
다시 성을 쌓고 마을을 만들면 검은 파도는
우리의 발까지 집어삼켰다
짝꿍이 또 다시 그을린 팔다리로
조개껍데기를 주워 성벽을 장식하면
나는 또다시 무너질 성을 생각했다
부서질 미래가 전부 바다로 쓸려 가 버리면
우리는 어떡할까

그러면 내 미래를 나눠줄게
짝꿍은 두 손 가득 모래를 들어올렸다
함께 꿈꾸면 그 미래는 커질까
아니면 작아질까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미래를 다 쓰면 너의 미래를 가져다 살게
다시 성을 쌓아 올리고

-
박은지 시인의 「짝꿍의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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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
안녕하세요. 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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