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손
가을 손
2025.11.08
Stevenson·⌛2분

가을 손

장석남

새벽 술을 마신다
먼동 온다 습관처럼
손을 내려다본다 먼동 위에 뜬 손등
못 보던 손이다
보호색을 띠고 있다
쌓인 나뭇잎 속에 넣으면 숨겠다
가장 가깝게 한 일은
엊저녁 전화기 숫자를 꾹꾹 찍어 벌금을 낸 것
도무지 출처를 알 길 없는 고지서를 찢으며 매번
이승의 비루한 시민임을 입증받고
술병을 딴 일
순서에 따라 잔을 들고 쥐가 나 자꾸 구부러지는
왼손 엄지를 오른손으로 잡아 펴준 일
일생 손바닥을 펼쳐서 얼굴을 가리던 일이
두 손의 가장 뜻깊은 모습이었으리라
근래 들어 손은 더 커진다
다 야위어지는데
손은 왜 점점 더 넓고 두꺼워지는지 물을 데는 없다
곧 눈보라 속에 녹아 떠돌 테지 자주 묻어 있던
먹물, 코발트블루 잉크 자국들도 퍼져나갈 것이다
새벽 술은 그리하여 다디달다
가을 손이 컴컴하게 놓여 있다

― 장석남, 《내가 사랑한 거짓말》. 58-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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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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