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동경
2025.11.09
쯔반·⌛5분

동경

당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가 서로의 웃음을 보며 웃을 수 있다면 좋겠군요. 헤어질 때는 포옹을 하면 좋겠군요. 이게 다 당신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꿈꾸는 일이겠지요.
당신을 잘 알게 되면 좋겠군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었으면 좋겠군요. 당신이 죽은 다음, 당신과 함께 웃고, 헤어질 때마다 포옹을 했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당신이 죽기 불과 며칠 전에, 나는 문병을 가게 될는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내가 당신의 병상에서 떠났으면 좋겠다고, 이번엔 포옹도 없이, 그냥 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척 슬프겠지요.
지금 나는 딱히 누구를 동경하지 않고, 그러니까 지금은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당신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나는 문병을 가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아주 우울하고 슬픕니다. 당신을 상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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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추천한 사람(=나)의 말
김승일 <항상 조금 추운 극장>에 나오는 시입니다. 이전 모각글에서도 말했지만 이 시집을 읽고 시가 좋아졌고 / 김승일 시인이 호스트인 시 낭독회도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서울까지 오직 그 모임을 위해 올라갔었죠. 딱 5명만 참석하는 '오순도순' 모임이었습니다.

동그랗게 나란히 앉아서 각자 좋아하는 시를 읽고 돌아가며 이유를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시의 창작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고 그 자리에서 본인에게 직접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 낭독회도 벌써 일년 정도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이 시 전체 내용이 자신에서 시작한 상상이 아니라 어떤 역사 스토리? 실존했던 어떤 두 역사적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쓴 글이라고 했습니다.
(메모를 해두지 않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시 창작자의 작품 = 창작자의 경험담 기반 이라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던 때라 그 대답이 너무 의외였습니다.

이 시를 읽고 든 생각은 창작은 지금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가 진정성도 있고 그 내용도 구체적이라서 더 좋겠지만. 우리는 내게 없는 존재, 없던 경험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창작 권태기가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떠올려보면, 저도 한때 제게 그 당시 없던 가상의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며 애틋함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가끔씩 제가 가진 것에서부터 소스를 찾는 게 부담스럽거나 재미없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그럴 때, 위 동경이라는 시처럼. 내게 없는 당신을 상상하며 우울해하고 슬퍼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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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반
안녕하세요. 쯔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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