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1 - 경상북도 구미시
낙동강1 - 경상북도 구미시
2026.06.20
시메트릭·⌛9분

매일 같이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땅 위에 옹기종기 복잡한 기계들이 돌아간다. 소문으론 헬리콥터를 타고 손으로 가리킨 곳에 공업단지가 들어섰다는 곳, 구미 산업공단이다. 수 많은 직장인들과 노동자들이 아침만 되면 북적북적 공장과 회사 입구로 들어간다. 2000년이 되었다, 세기가 바뀐 것 아랑곳하지 않고 구미공단의 공장들의 기계는 바삐 움직였다.

내가 기억하는 첫 구미의 풍경은 아마 2001년 1월의 겨울일 것이다. 내 키랑 비슷하던 붉은 돌 벤치 위로 소복히 쌓여있는 눈. 짙은 회색 하늘 바람이 잔잔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의 나는 두 발로 서는 것조차 불안정했지만 쌓여있는 흰색 눈을 뚫어져라 봤던 그 순간만큼은 아직도 뚜렷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유아시절의 기억이다. 눈이 잘 안 내리는 경상북도에서 내 부모님은 겨울에 태어난 나에게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여주고 싶으셨나보다.

시간이 지나 내가 말도 배우고 뜀박질도 할 나이가 됐을 때, 맞벌이를 하시는 내 부모님은 낮 동안 나를 외숙모에게 의탁하셨다. 외숙모 댁 근처에는 들어온지 얼마 안된 이마트 구미점이 있었고 그 주위로는 큰 도로가 얽혀있었다. 그 넓은 도로 위를 지나가는 육교 옆에 있던 외숙모의 낮은 층고의 아파트는 그때의 내 눈에도 낡아보였다. 그래도 동네가 오래된 만큼 옛정이 남아있었다.

외숙모의 단골 이발소에 갈 때마다 나에게 막대사탕 하나 손에 쥐어주시던 이발사 아주머니. 머리를 잘 깎고 나오면 외숙모는 내 손을 꼭 잡고 주변에 있던 슈퍼에서 굽은 지팡이 모양 통에 담긴 별사탕을 상으로 사주셨다. 마트 옆에 평상에서 쉬고 계시던 어르신들이 별사탕 한 입에 기분 좋았던 나에게 말을 거시곤 하하호호 웃으시고, 외숙모는 어르신들과 근황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 그 평상 옆에 서있던 나무는 쏟아지는 태양빛을 나뭇잎으로 다소곳이 가려주었다.

외숙모께서 점심을 차리실 때면 항상 고소한 된장찌개 향기가 났다. 외삼촌은 흰 밥 위로 된장찌개를 탁탁 덜어서 밥과 비벼드셨다. 나는 그게 맛있어 보였나보다. 나도 외삼촌 따라 밥 위에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퍼서 가져오곤 외삼촌하고 똑같이 밥을 한 움큼 퍼서 먹었다. 외삼촌은 "된장찌개 맛있나?" 물으셨고 내가 "꿀맛이다!"라고 하니 크게 웃으시던 모습, 그러면서 고사리 무침과 고등어 살을 발라 내 숟가락 위에 얹어주시던 모습.

저녁이 되고 구미공단에서 퇴근한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셨고, 나는 외숙모와 떨어지기 싫어서 칭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다시 큰 길을 따라 공단을 지나 구미대교 쪽으로 가면 공단을 휘감아 흐르는 낙동강이 보인다. 어둑해지는 저녁하늘 아래로 가로등이 차 위를 지나간다. 강은 서서히 어둠 속에 숨어들어간다. 차가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마다 빛이 내리쬐는 그 장면을 구경하다 보면 나는 잠들었고, 차가 멈추는 느낌에 깨어보면 항상 우리집에 도착했다.

1년 쯤 뒤, 외숙모 댁도 낙동강 건너로 이사 오셨다. 여전히 나는 낮 동안 외숙모와 함께 지냈다. 따스한 봄날, 외숙모와 나는 아파트 뒷산을 올랐다. 자연을 좋아하시고 식물도 잘 길러 내시던 외숙모는 나의 손을 잡고 새가 지저귀는 나무들 사이를 올라갔다. "저건 털수염풀이야, 외숙모가 어렸을 땐 저걸 묶어서 누구 넘어뜨리고 그랬다?" "이건 제비꽃" "저기 봐 봐, 다람쥐 나무 위에 있다" 외숙모는 눈에 띄는 풀, 꽃, 동물들을 가리키며 나에게 설명해 주셨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저 너머로 산 능선들이 쭉 이어졌다.

"저기 보여? 산을 쭉 보면 누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내가 "응!"이라고 답했다. 그럼 외숙모는 한 눈 팔린 내 입으로 김밥 한 토막 넣어줬다. 산 정상에서 외숙모 따라 야호도 소리쳐보고, 소나무만 즐비한 곳에선 "왜 여기에는 다른 풀이 안 자라?" 외숙모에게 질문도 하면서 걷다 보면 저수지가 나왔다. 선선한 바람이 저수지 위로 불었다. 외숙모는 근처에서 봉숭아를 꺾어 오셔서 내 손톱에 문질문질 하시곤, 봉숭아 잎으로 감싸주었다. "좀 있다가 이거 풀어보면 손톱 물들어 있을거야" "봐 봐 외숙모 손톱에 물든 거 보이지?". 나는 옅은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손톱을 조심하며 주위에 놓인 조약돌을 들고 저수지에 던졌다. 퐁당. 조금 더 큰 돌을 던져보니. 풍덩.

조금씩 날이 더 따뜻해지면 외숙모와 나는 뒷산에 올라 쑥을 캐기도 하고, 지나가다 고사리가 보이면 하나 둘 꺾어왔다. 산에 있으면 새 소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작은 절에서 들려오는 풍등소리, 산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끼리 부딪히면서 나는 싸아아아하는 소리. 정상에 올라섰을 때 훤히 보이는 산등성이. 어릴 적 나는 무서워서 올라가지 못 했던 정상 위에 있던 큰 바위. 그 위에서 들려오던 아주머니들의 대화소리. 2004년 봄, 내 기억 속 구미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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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트릭
안녕하세요. 시메트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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