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_장담할 수 없어요
9화_장담할 수 없어요
2026.07.31
가든·⌛9분

그로부터 며칠 뒤 아빠는 입원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예 환자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가 입원한 곳은 그래도 지역 내에서 대학병원 다음으로 큰 곳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치료하면 될 거라는 희망으로 기다렸다.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병원 생활은 이유 없이 계속 길어졌다. 하루는 CT, 그 다음은 MRI, 그 다음은 위내시경, 그 다음은 스탠드 시술.. 이런 식이었다. 의사로부터 어떤 말도 듣지 못한 채 어영부영 2주가 지나갔다. 추석 즈음이 되어서야 의사가 보호자와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왔다. 의사도 보고, 엄마와 교대도 할 겸 아빠와 하루 있기로 했다.
퇴근을 하고 이틀 간 보지 못할 딸에게 인사를 했다. 늦은 저녁 도착한 병실에서 아빠는 잠들어 있었다.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의사는 오지 않았다. 설명은 나 혼자 듣자 싶어서 엄마를 먼저 집으로 보냈다.

한참 뒤, 담당 의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간호사가 나를 불러 앉혔다.
“음... 일단은 제일 좋지 않은 게 뭐냐면요.. 빈혈 수치인데요. 여기 모니터 좀 보시겠어요?”
뭐가 어떻다는 건지, 나는 열심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지금 보이는 숫자가 빈혈 수치인데 환자분이 병원에 처음 왔을 때 5.6이었어요. 수혈을 이틀, 삼일에 한 번 두 팩씩 했었고 지금은 10.1이예요. 그런데 수혈 양에 비해 수치가 너무 더디게 올라와요. 이대로는 항암이 어려워요. 최소 13은 되어야합니다.”
무슨 말인지 머리를 굴리는 내 앞에서 간호사는 이제 펜을 들어 연신 그려댔다.
“이게 위라고 하면 지금 종양이 아래쪽에 4.7cm 정도로 있고 간에도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간호사는 다시 간을 그렸다.
“간에 있는 종양이 하나가 아니예요. 확인된 것만 서너 개가 됩니다.”
나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 그래서 정리를 해보면, 수치가 안 좋아서 항암이 어렵습니다. 거기에 종양은 크고, 전이까지 된 상태예요. 간에 종양이 하나라면 색전술 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태이고요. 환자분이 아직 너무 젊어서, 아마 수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항암을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긴 해요.”
“...그럼 이제 환자에게 제가 뭘 해줘야할까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어.. 그럼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은요?”
“그것도 아무도 모릅니다. 장담할 수 없어요.”
“...알겠습니다.”

나는 소득 하나 없이 병실로 돌아왔다. 현실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간이침대에 일단 몸을 뉘였다. 남편에게 이런저런 상황을 공유하고 머리를 굴렸지만 멍했다. 스피커에서는 주님의 기도가 흘러나왔다. 유독 한 구절이 내 귀에 날아와 꽂혔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왜 하필 아빠일까? 왜 하필 전이가 된 걸까? 왜 이렇게 늦게 발견한 걸까? 아빠에게 남은 삶은 있는 걸까? 나는 끝없는 물음과 유혹에 휩싸였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싶은 유혹.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유혹. 나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씻어야겠다’
칫솔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거울 속 나는 작아져있었다. 울고 싶은 것인지 숨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씻고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숨죽여 울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까무룩 선잠을 잔 것 같았다. 나는 아침 식사가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에 만난 아빠는 부쩍 힘이 없어진 모습이었다. 지난 저녁에 들은 말로 마음은 혼란했지만 그걸 드러낼 수는 없었다. 자신의 상태를 궁금해 하는 아빠에게 짐짓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아~ 위에 종양 길이가 엄지손가락만하대~ 간에도 몇 개 있다네~”
아빠가 손가락을 짚어가며 되물었다.
“이만하다는 말이가?”
“응. 밑에 붙어 있다나봐. 그리고 빈혈이 있대. 빈혈은 잘 먹어야 한다는데.. 조금이라도 드셔봐. 한 숟갈이라도 더~”
“그래? 그럼 한 번 먹어보자.”
아빠는 호기롭게 숟가락을 들었다. 자신감도 잠시, 죽을 절반 정도 먹고 아빠는 손을 놓았다.
“어유, 더는 못 먹겠다.. 배가 빵빵해가..”
“그래요? 어쩔 수 없지..”
“나는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지?”
“원래 암이 발견하기 전까지 대부분 증상이 없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답을 끝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피로한 듯 아빠는 눈을 감았다. 그 옆에서 나는 현실을 참아내듯 묵묵히 밥을 욱여넣었다. 눈물 대신 밥알이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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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안녕하세요. 가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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