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강백호 톤으로] “당신의 행운의 순간은 언제였죠?”
평소에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저 질문에는 바로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내 결혼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그것도 맞지만, 그렇다면 ‘식’을 뺐을 것이다.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 한다.
내게 결혼식은 또 하나의 수능시험이었다. 그동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날 하루로 판가름나니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공부는 어느 순간 한 문제 더 맞히는 것이 목표가 되었지만, 인간관계는 그 목적을 하객 한 명 더 모시기에 두진 않았다 정도?
적어도 사람을 만날 때만큼은 계산적이지 않았다. 나중을 위해 수집하고, 뭔가를 얻기 위해 접근한다는 건 내 사전에 없었다. 그냥 이 사람이 재밌고, 비슷한 결인 게 느껴지면 친해지자며 말을 걸었다. 억지로 나를 꾸미거나 숨기진 않았다. 친해지고 싶어서 맘에도 없는 말을 하거나, 오래 못 갈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떠날 테면 떠나라지 이게 낸데.’ 시절인연을 만들지라도, 혹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지라도 내가 편하려면 결국 자연스러운 게 최고라며 그렇게 살아왔다.
결혼식을 앞두고도 나는 나였다. 축의금 수금을 위해, 식장을 가득 채우기 위해 안 하던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연락 안 하던 지인들에게 갑자기 연락을 시도한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갑자기 잘해준다거나 이런 건 내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혼식 핑계로 보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했다. 솔직히 다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다. 마치 내 유니버스 정모 같았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이었으니까.
어떤 누나는 여행 갔다가 일찍 돌아와 참석해주고, 친한 음식점 사장님은 임시휴무하고 와주시고, 후배들은 초대해줘서 고맙다며 내 대신 울어주기도 하고, 내 첫 내담자도 내 덕분에 달라졌다는 말을 담은 편지를 써주었다.
홀에 서 있을 때는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와 나를 계속 웃게 해주었고, 신랑 입장할 때는 진심으로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고, 축가 부를 때는 같이 호응해주고 따라 불러주고, 피로연장에서는 덕담을 건네주었다.
이 모든 것이 다 감동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날 이후로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내게는 인복이 가장 큰 운이라는 걸. 내 곁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다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나에게는 바로 그 복이자 행운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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