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_그냥 죽으라는기네?
10화_그냥 죽으라는기네?
2026.08.07
가든·⌛8분

의사를 만난 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그날도 저녁 어스름이 짙게 깔리고 나서야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아빠의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는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했다.
“암이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치료는 안하는 건가요?”
“해도 가망이 없어요. 아무것도 할 계획이 없습니다.”
메마르고 차가운 그의 눈을 마주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가 따라 나오며 물었다.
“야야....뭐라하드노. 니는 알아들었나.”
“몰라.”
알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두운 병원 복도를 빠져나오며 병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하자마자 복도에 서 있는 아빠가 보였다. 아빠는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얘기는 잘 하고 왔나?”
“음.... 아빠. 병원을 옮겨야할 것 같아.”
“왜?”
“아무것도 안하겠대.”
“어?”
“아무것도 안한다고. 내가 일단 병원 알아볼게. 들어가서 쉬어.”
“왜 안한다드노?”
“아 몰라.....”
나는 애꿎은 바닥만 발로 비벼대며 아빠의 시선을 피했다.
“그라믄 뭐... 그냥 죽으라는기네?”
“죽긴 누가 죽어. 안 죽어.”
아빠의 혼란스러운 눈을 뒤로 하고 나는 병실로 들어갔다. 엄마가 기운 없이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입을 열었다.
“다른 병원 가보자.”
“..받아주는 데가 있겠나?”
“알아봐야지. 나 가봐야 해. 엄마도 쉬어.”
마음 같아서는 더 있고 싶었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 했다. 복도 끝에는 아빠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고 아빠에게 걸어갔다.
“아빠, 가볼게요. 걱정하지 말고 잘 먹고 잘 자고 있어. 얼른 들어가.”
“으응... 가봐래이.”
아빠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병실과 엘리베이터를 이어주는 자동문이 스르륵 닫혔다. 그는 병실에, 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각자의 전장으로 나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빠와 가까운 몇 친척들에게 아빠 상황을 공유했다. 곱씹을수록 분노가 차올랐다. 이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인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출근을 하고 병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역 내 모든 대학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받아주는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아빠의 지금 몸 상태로는 타 지역에서 치료를 받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급한 대로 받아주는 곳에 예약을 잡았다. 병원 예약을 한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주말에 면회에 가서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
“아빠, K병원에서 오래. 2주 뒤야. 지금 있는 병원에는 내가 이야기해놓을게요.”
“정말이가?”
아빠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한줄기 빛을 보았다.
“응. 가보자.”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K병원에서 챙겨오라고 한 서류들을 간호사에게 전달했다. 뒷날, 수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찾으며 톡 쏘듯 말을 했다.
“서류는 어디 쓰는 거랬죠?”
“전원 좀 하려고요.”
“근데 아시죠? 다른 병원 가도 별다른 방법 없는 거. 요양병원 말고는 답 없어요.”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환자 보호자로서는 최선을 다해 여러 방법을 찾아보는 건데, 찬물을 끼얹는 식이라니. 최악이었다.
‘방법 있는지 없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의사야?’
‘아빠한테 피해 갈 수 있으니 소란 만들지 말자. 참자.’
나는 다시 올라온 분노를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렀다.

2주 뒤, 아빠의 K병원 예약시간에 맞춰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갔다. 대기실에 도착하니 아빠는 긴 기다림에 지쳤는지 의자를 침대 삼아 누워 있었다. 아빠는 나를 보고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남은 진료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정해진 수명을 받는 일처럼 느껴졌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우리는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무미건조한 말로 이야기했다.
“항암, 그래도 해봅시다. 이대로 가면 환자분 말라죽어요.”
“몸이 많이 약해져서.. 부작용은 없을까요?”
“모든 치료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도 안할 수는 없어요.”
다음 예약을 잡고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차 안에서 아빠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엄마는 드디어 집으로 간다고, 오랜만에 발 뻗고 자겠다며 농담 섞인 웃음을 보였다. 차창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한줌 희망을 손에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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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안녕하세요. 가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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