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섭다. 혼자 있을 때만.
사랑은 무섭다. 같이 있을 때도.
나는 내 마음 속 사람들을 다 사랑이라 불렀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조금씩 나를 고쳐왔다. 덜 울고, 덜 투정하고, 덜 기대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보여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흠집 하나 없는 토마토에, 바람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 토마토여야 하고.
그렇게 잘 익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자꾸 목이 말랐다.
깊은 숲의 우물처럼, 드륵 드륵. 드륵. 물을 받으려고 올려본다.
계세요?
똑.
똑.
사랑이 고파졌다.
꼬르륵.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깊이 떨어지면 못 나올 것 같았던 그 우물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좁기만 했던 그곳에 꾹꾹 눌러담아서라도,
너를 더 깊숙이 들이고 싶었다.
사람이든, 오랜 꿈이든, 온 마음을 쏟아붓고 싶은 무언가이든.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가장 깊은 곳까지 침범당하는 위험한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사랑을 하면 상처받는다. 아마 그것만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깊이 들여놓는다는 건 그 사람이 떠났을 때 비어버릴 자리까지 함께 만드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런 사랑은 어쩐지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안전했다. 그래서인지 내 바닥을 보여주면 네가 떠날까 무서우면서도 기꺼이 비밀을 털어놓게 되어버렸달까.
그런데 내 바닥에 차오르는 것은 늘 말보다 눈물이었다. 나는 눈물이 많다.
삶이 무거워져도, 두려움이 엄습해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해져버릴때
여지없이
뚝.
뚝.
흘려버리고 만다.
꼬르륵.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눈물은 자꾸 괜찮지 않다고 말해버렸다. 오늘 얼마나 힘든지, 무슨 말이 그렇게 무서웠는지, 때로는 내가
얼마나 매일 너를 사랑하는지. 끝내 꺼내지 못했던 마음들이 눈물이 되어 먼저 흘러나왔다. 한 번은 너무 좋아해서, 내 눈물마저 그
사람의 것이었던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속상했다.
질투가 났고.
그 마음을 이야기하다가 결국 차 안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내가 싫어하는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무너무 질투가 났다고.
엉엉 울면서까지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무서워했으니까. 이렇게까지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보여주면, 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부담스러워서 떠나버리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런데도 울었다. 받아줄 것 같아서. 너는. 그래서, 더 엉엉 울었던 것 같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물이, 그날은 결국 넘쳐버렸다.
찰랑 찰랑.
하지만 나는 내 무릎까지 흘러내려오는 그 눈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울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날이 있다는 걸 알았고, 누군가에게 그것이 나약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울음은 늘 혼자 있을 때의 것이었다.내 안에 무엇이 차오르고 있는지, 어디까지 가라앉아 있는지 보여주기가. 누군가에게는
나약함으로 보일지 모를 이 밑바닥을, 그동안은 내 울타리 밖으로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감춰왔다. 그걸 들키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내 테두리를 부수고 들어온 너의 앞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졌다. 나는 이제 사랑 앞에서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했다.
괜찮지 않은 날에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무서운 날에는 무섭다고 말하고, 네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해서 떠나버리면 어떡해?하는 선명한 두려움을 안고서도, 기꺼이 너를 향해 울어버리는 것. 이게 내가 하고싶은 사랑이었다.
매일.
매주.
매년.
조금 모자란 나라도,
아직 덜 익은 나라도.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랑.
그것이 내가 오래도록 품고 싶은, 지독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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