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짝
불안의 짝
2025.11.08
Amber·⌛7분

낭만을 추구하라니요.
내가 발 디디고 있는 것들은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 뿐인걸요.
예를 들면 유착관계, 욕망, 그리고 저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요.

유착관계. 나의 선택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끊고 도망갔을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도 못해요. 너무 메말라버린 첫 번째 공동체는 벗어나려도 하면 출혈이 함께 있으려고 하면 내 마음도 시들어가는 것 같아요.

욕망. 인간은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한다고 누가 말하더라구요. 제가 욕망하는 것은 행복이에요. 간장 종지 만한 마음을 가졌어도 맘껏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 받고 싶어요.어쩌다 가지게 된 행복을 다시 빼앗길까 불안해하지 않기를 욕망해요.

저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 30살이 넘은 지금도 적었다 지웠다 반복하는 것들이 있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생긴대로 사는 거지 뭐, 하고 체념해요. 그러다 지긋지긋하게 사는 것도 지겨워 또 다시 고민해요. 차라리 신이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번 생은 여기까지 허락할게' 라고요. 더 바라지도 않고 더 불안해하지도 않게요.

내가 견뎌내야 하는 이 불안의 뿌리는 얼마나 깊은 것일까요?
이 뿌리는 얼마나 더 자라날까요?
그 양분은 살면서 계속 생길텐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맞아요. 낭만에는 늘 ‘언젠가’라는 말로 시작했어요.
아직 오지 않은 장면들이죠.
가능성을 떠올리는 순간 설렘이 피어나지만, 그 설렘이 깨질까 봐
행복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잃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낭만이 피는 자리엔 언제나 불안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렇게 불안할수록 낭만이 밀고 들어와요.
몸은 불안에 한껏 종속되어 잠도 못 자고, 표정은 시들어가는데
마음에는 원자처럼 보이지도 않은 작은 낭만이 ‘ 나 여기있어!’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요.
그곳엔 아직 닿지 못한 어떤 장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 장면을 내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이 나를 버티게 해요.
내게 낭만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됐어요.

아, 지독하네요. 낭만과 불안은 같은 뿌리에서 자라나네요.
하나는 빛을 향해 뻗고, 하나는 어둠 속에서 버티며 그 빛을 지탱하고 있어요.
뿌리가 깊을수록 가지는 더 높이 오르고, 가지가 무성할수록 뿌리도 더 단단해지죠.
둘 중 하나만 남기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네요

어두운 곳, 가장 고요한 곳으로 숨어들면 삶이 멈추고
밝은 곳으로 빛나는 곳으로 향하기만 한다면 이카루스의 날개는 녹아버리겠죠.

그냥, 함께 자라게 두어야 하나봐요.

불안이 올 때마다 이름을 불러줘요. “너구나, 또 왔구나.”
알아봐주고 들여다보면 조용해지는 아이 같아요. 같이 온 낭만이라는 녀석은 그제야 수줍게 웃어보여요.

“돌아갈 집이 없어지는 것 같아.”
“그럼 우리 같이 집을 만들어보자.”

가장 두려웠던 순간이었어요. 우주의 태양처럼 당연하게 오랜기간 존재할 줄 알았던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불안은 역시나 낭만을 데리고 왔어요. 불완전한 인간들이지만 불안이 휘저은 대지에서 낭만 한 송이를 찾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낭만을 욕심내요. 낭만이 불안을 지워주진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불안은 여전히 나를 울게 하고 나를 시들게 하겠죠.
그래도 이 불안도 낭만의 한 장면임을, 눈물 많은 삶도 꽤 살만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구요.

지독해도 어쩌겠어요. 낭만과 불안의 뿌리는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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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er
안녕하세요. Amb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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