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홀로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다.
외동, 맞벌이이신 부모님. 독립적으로 자랄 수 밖에 없는 환경. 혼자서 어딘가를 가거나 무언가를 해내는 건 내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무렵부터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서울에 올라가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갔다. 늘 따라오던 건 어른들의 시선이었다. “엄마는 어디 있니?”, “아빠는 무슨 일을 하시니?” 같은 우려와 무례가 섞인 질문들. 아마 그래서 더 씩씩하게 자라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스무 살 겨울, 크리스마스 나흘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청승이라도 떨어보자 마음먹고 크리스마스 당일 혼자 부산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는 광안리 해변에 대충 앉았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분위기를 잡으며 노트를 꺼내 끄적였다. 한껏 작가인 척 글을 쓰다가 결국 '사실 춥기만 하다. 발도 시렵고 콧물도 쭐쭐 나고 배도 고프다. 낭만은 지랄. 배도 차고 따뜻해야 낭만이지.'
그 페이지는 아직도 보며 킬킬 웃게 되는 추억이다.
그 후에도 혼자 떠나는 건 내 삶의 습관처럼 이어졌다. 유럽, 튀르키예, 몽골 멀리 떠난 여행지에서도 혼자였다. 낯선 공간에서의 고독과 자유, 그 모순된 감각을 나는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꽤 지쳐 있었다. 소모적인 관계들, 사소하게 나를 좀먹던 감정들, 시절인연이라는 이름의 얽힘들. 그래서 이번 생일만큼은 혼자 제주로 오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친한 친구들이 내 생일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넌지시 떠봤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서운했지만 어쩌면 그게 더 좋았다. “먼저 선수치자”는 마음으로 쿨한 척 여행을 통보했다. 사실은 나에게 꼭 필요한 외로움이기도 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니 보이는 풍경들. 꾸밈없이 다가오는 자연스러운 순간들이 나를 맞이했다. 속세에 절어버리면 행복의 역치는 끝없이 높아만 간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예쁘고 늘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나. 결국 나에게 남을 것은 무엇일까. 알쏭달쏭한 인생이지만, 이 질문들조차 나를 조금씩 자유롭게 한다. 결국 의도적 고립은 해방감을 불러온다. 정답을 외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근접해 가는 과정 자체를, 나는 끝내 사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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