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꽤 힘들었다.
이전 사랑에게 받은 상처를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사이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누군가의 계략까지 겹치면서 상처는 더 깊어졌다.
결국 모든 걸 멈추고 동굴로 들어갔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놓고, 정작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까 봐 귀를 기울이는 이상한 동굴 속으로.
탑씨 한 병과 소주 두 병, 합쳐서 단돈 오천 원. 매일 밤 그걸로 공허함과 불안함, 외로움과 복수심을 달랬다. 정확히는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하며 떠넘겼다.
여전히 혼자였다. 그래서 힘들었고, 힘들어서 더 외로웠다.
2019년, 나는 혼자였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의미로.
혼자여서 행복했고, 혼자서 자유를 만끽했다. 누구의 취향을 묻거나 일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 해보기로 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안 해본 것들에도 하나씩 손을 뻗었다.
향수, 만년필, 디퓨저, 케이크를 만들어보았다. 누구를 위해? 나를 위해.
처음으로 연극이랑 영화를 혼자 보러 가기도 했다. 혼술은 이미 익숙했고, 혼밥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뷔페나 고깃집 같은 난이도 높은 곳들도 도전했다.
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많구나. 혼자서 무언가를 해도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는구나.
고맙게도 혼자였다. 혼자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많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인 게 좋다고 느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2019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내가 동굴에 숨어버렸을 때, 그런 나를 걱정해 찾아와 준 친구.
힘들어하는 나에게 상담을 권해 준 선배.
그 상담에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진심으로 나를 위해준 선생님.
죽고 싶다는 글을 남겼을 때, 내 이야기를 들어준 생명의 전화.
매달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때쯤 내 생명을 연장시켜주신 아버지.
자주 안부 전화를 해주신 엄마.
돈 없는 형에게 돈을 빌려주고 기프티콘을 보내주던 동생.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내어주시던 가게 사장님들. 물론 내돈내산이지만.
나를 위한 선물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신 원데이 클래스 사장님들. 그때 만든 것들은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나를 조교로 일하게 해주시고 책을 함께 만들며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신 교수님 내외분. 덕분에 먹고사는 데도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참 고마운 소담살롱 멤버들.
일주일에 한 번, 어떤 때는 거의 매일같이 만났다. 내 2019년 대부분은 이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별을 보러 가고, 연말 파티도 하고, 서로의 집에 놀러 가고, 여행도 떠났다. MT라는 이름을 붙여 또 모이기도 했다.
함께했던 콘텐츠들도 재밌었다. 이 사람들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소담살롱에서 몇 년간 심리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한 경험은 지금 ‘나를위함’의 파트너로 활동하는 일로 이어졌다. 내 소소한 돈벌이와 자아실현의 길까지 이 사람들이 알려준 셈이다.
이들 덕분에 2019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혼자여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혼자가 아니어야 덜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여도 괜찮았다. 혼자이기에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내가 혼자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곁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달라졌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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