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태기
글태기
2025.11.10
admin·⌛5분

큰일입니다. 글태기가 와버렸습니다. 저는 작가 아닌 작가입니다. 누군가가 작가라고 임명해 준 적은 없습니다. 다만 독립출판을 해 스스로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본 적은 있습니다. 제가 독립출판한 그 책에는 자랑스럽게 '시집'이라는 문구가 박혀있습니다. 고해성사를 해야겠군요. 인정합니다. 명백한 저의 흑역사입니다. 시집을 많이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몇 글자 끄적이면 시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 '시집'으로 독립서점에서 북토크도 했답니다. 아! 북토크 당일 제 다리를 뭉개버려야 했습니다. 집에는 그 '시집'의 재고가 담뿍 쌓여있습니다(아무리 악성 재고가 많아도 실제로 냄비 받침으로 써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예 그 '시집'이 팔리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분명 팔렸습니다. 그때는 수준이 낮을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읽을만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독립출판을 한 2022년 이전의 저는 곧잘 글을 쓰곤 했습니다. 어떤 영감이 찾아오면 카카오톡에 있는 나와의 채팅에서 혼잣말을 주야장천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랬던 제가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더 글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벽을 느끼고 나니 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나 봅니다. 여기서 저의 고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것만 하기'입니다. 잘 쓸 것 같지 않으니 시도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도를 해야 잘 쓰든 말든 할 텐데 말입니다. 그때부터 유일한 취미였던 시 쓰기는 곤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글 쓰는 것을 곤욕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글쓰기를 너무 쉽게 봤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다시 글쓰기와 친해질까? 방법은 익숙해지는 것 밖에 없다. 그것이 글을 잘 쓰기 위한 방향이 아닐까? 자주 쓰자. 그것이 살 길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모각글 공지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청을 안 할 수 없었죠(마지막 날까지 고민하긴 했습니다). 글은 매번 저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그래서 글이 좋습니다. 글을 쓰고 난 뒤 받는 피드백은 너무도 달콤해서 시험을 잊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잘 쓰고 싶습니다. 잘 써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글을 읽히고 싶습니다. 저에게 글은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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