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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0
은·⌛10분

月力. 하루를 만들어주는 존재. ‘달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구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 불안정하게 끊임없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도는 달이 큰 질량으로 지구를 잡아준다. 지지대처럼. 옆에서 자신의 질량으로 지구를 잡아주는 달이 없다면 지구는 화성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계절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빙하기, 대멸종 같은 재앙 아닌 재앙들이 훨씬 자주 왔을 것이다. 달의 중력은 바다를 끌어당기며 지구에 밀물과 썰물의 기적, 굽이치는 파도를 만든다. 지구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라는 거대한 순환은 단순한 물의 이동이 아니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의 시간을 24시간으로 안정되게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해양 생태계가 살아 숨 쉬게 하는 호흡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초의 생명은 바다에서 탄생했다. 어쩌면 지구 생명의 탄생 그 시작점에 달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와 달은 미묘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둘은 무너지지도 부딪히지도 않고 적당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각자의 궤도를 돈다. 어떤 관계는 때로 너무 가까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지구와 달처럼 꼭 가깝지 않은 거리가 지켜주는 관계가 새삼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연락해도 참 편안한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학창 시절을 함께 한 그들과의 관계는 밀도가 깊어 빈도는 중요하지 않다. 갑자기 불러낼 수 있는 동네 친구. 옆을 볼 겨를 없이 바쁘게 걷다가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돌리면 항상 옆에 함께 걷고 있는 친구들이 보인다. 나의 속도와 비슷한 사람.

친구가 하루 학교를 안 나오면 괜히 교실 자리에서 뚝딱거리기도 하고 눈치 보기도 하던 서투른 모습을 지나, 다른 친구들이랑 더 친해 보이거나 나랑 같이 집에 안가면 괜히 서운했던 귀엽고 치기 어린 날들을 지나, 세상에 던져져 혼란하고 불안해 몇 시간이고 집 앞 공원을 돌며 흔들리던 때도 지나, 각자 자리를 찾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 여전히 삶이 팍팍해도 가끔 가다 만나면 “걍 버티는거지 뭐. 해야지 어떡해.” 그러다 “우리 좀 컸다?” 깔깔 거릴 수 있는 그런 친구. 많은 이유로 점점 멀어지게 되기도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같이 웃고 떠들던 골목을 지날 때, 같이 자주 먹던 음식을 먹을 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날, 달이 가득 찬 명절에, 함께 나이를 먹는 해가 바뀌는 즈음에 “보고 싶어. 맥주 한 잔 해야지.” 할 수 있는 그런 친구. 서로의 다름을 다르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마주할 수 있었던 그런 관계. 숨 쉬기 편한 사람. 그런 거리에 있는 사람들. 내 하루를 깊게 남을 이야기와 반짝이는 웃음으로 가득 채워주었던 그런 친구들.

우리는 달의 반대편을 죽을 때까지 볼 수 없다. 달은 태양빛을 반사하며 늘 똑같이 빛난다. 하지만 우리는 달의 모습을 매일 다르게 본다. 달이 변하는 건 지구가 돌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날카로운 모양으로, 어떤 날은 볼록한 만두 같은 모양으로, 어떤 날은 가득 차게.

때로는 상대는 그대로인데 내가 선 자리와 그날의 날씨, 내 마음과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구름이 가득 낀 날은 달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짐작하는 그 뒷면은 그 사람의 세계 뒷면으로 가기 전까지 영원히 알 수 없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달. 움푹움푹 파진 구덩이가 가득한 얼굴은 지구에 밤이 찾아올 때만 우리 눈에 선명히 보인다. 그런 흐린 달을 보며 찬란한 지구를 돌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다 보면 나는 가끔 엄마아빠 생각이 난다. 내 세상이 맑던 흐리던 내가 살아가는 하루의 시작에 있는 사람들.

달은 지구의 바다를 끌어당겨 밀물과 썰물을 만든다. 파도의 방향과 세기를 바꾼다. 깊은 바다의 움직임은 조용하지만 우리의 삶과 생명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말 없이 서로의 감정과 리듬을 바꾸는 존재. 그렇게 소리 없이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끝내 닿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사람이 있다. 내 인생에 가장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온갖 생명이 살아 숨 쉬게 하다가 어떤 때는 그런 파도를 덮쳐 숨을 쉬지도 못하게 하다가. 어느 순간 가득 찬 밀물처럼, 한순간 빠져나가는 썰물처럼 내 감정과 호흡을 손 쓸 새 없이 바꿔 가는 그런 사람. 어쩌면 닿을 수 없는 관계, 멀리 있어도 항상 곁에 있고, 가까이 있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사람. 나를 완전하게 만들다가도, 더없이 부족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내 세계를 넓혀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난 내 세계를 지켜준 사람도, 내 세계를 만들어준 사람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달이 지구를 몇 바퀴나 돈대도 잊히지 않을 그런 사람. 내 하루에 의미를 새겨 넣어 주던 사람들.

은은하게 비추는 달을 가만 쳐다보면 내 하루하루를 만들어주고 채워주고 더해주는 사람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보이지 않아도 달은 늘 내 곁, 그 자리에 있다.

내가 달을 사랑하는 이유. 달 사진을 보낸다는 게 사랑한다는 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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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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