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추적자 1인
구름추적자 1인
2025.12.20
은·⌛7분

당신은 파란 하늘 추종자인가 구름 추적자인가.

제주 남서쪽, 스텝으로 잠시 머물렀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장을 보려면 2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병원을 가려면 1시간은 넘게 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즈막한 건물과 펼쳐진 논밭 사이로 하늘을 원없이 바라보았다. "바람의 제주"답게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로운 구름을 가장 많이 보게 된 때이기도 하다. 그 때 알게 된 지인에게 생일 선물로 ‘날마다 구름 한 점’이라는 꽤 두꺼운 구름책을 받은 적이 있다. 구름 사진과 구름 이야기들로만 가득한 책이었다. 첫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이 책을 모든 구름 추적자들에게 바칩니다.’

비 하면 떠오르는 나라, 영국에 사는 구름 추적자이자 구름감상협회 회장님께서 쓰신 책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게 맞서는 구름 추적자들의 발견의 기쁨과 철학, 시선이 담겨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도 참 좋아하지만, 협회 회원이 되라면 나는 구름 추적자들이 모인 협회에 들어가겠다. 하늘을 떠올리면 구름이 함께 있는 하늘이 먼저 떠오르고, 하늘을 그릴 때면 늘 볼록한 구름도 함께 그리게 되니까. 벌써 머릿속에 오만가지 구름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뭉게뭉게 뭉게구름, 회오리 구름, 우리집 강아지를 닮은 구름, 귀여운 가오리를 닮은 구름, 하트모양 구름.

아, 노을이 질 때도 구름이 있어줘야 된다. 태양빛이 구름에 스며들 때의 노을은 정말 환상적이니까. 자욱하게 온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이 낀 날 회색빛의 구름에도 마음을 보낸다. 회색빛 구름과 노을을 만나면 다른 날은 볼 수 없는 오묘한 색의 핑크빛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 그저 회색빛이어도 괜찮다. 그럼 곧 비가 오겠지. 비가 오고 나면 또 더없이 맑은 날이 된다. 회색빛 구름은 울고 싶은 날, 조금씩 모아 놓은 우리 눈물방울과 닮았다. 차곡차곡 쌓여 버틸 수 없이 무거워지면 쏟아지고 그렇게 사라지는 슬픔과도 닮았다. 먹구름이 꼈을 땐, 구름과 같이 울어버리기 좋은 타이밍이다. 먹구름이 지나간 맑은 하늘 아래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은 하늘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그런 날 마음은 구름을 담아 더 몽글해진다.

전 세계의 구름 추적자들이 보내온 365장의 구름 사진들이 모여있는 이 책에 같은 구름은 없다.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란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게 아닐까.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 순간의 하늘이다. 구름을 넘어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도 구름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저 물방울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허상일 뿐이며, 작은 바람에도 한 순간 흩어져버리는 힘없는 존재지만, 어쩌면 그래서 구름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보다 가벼워지는게 아닐까. 둥실둥실 두둥실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흐르는 기분. 걱정이 흩어지는 기분. 사이좋게 모여있는 물방울들이 만들어내는 구름을 보다 보면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느낌일까 뭉게뭉게 상상이 피어오른다. 괜히 그 위에서 방방 뛰어보고 싶기도 하고, 솜사탕을 닮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조용히 방향을 바꾸는 구름들을 그저 흘려보낼 때 마음 한 편에 나른한 여유가 스며드는 건 말해 뭐해.

지금 머릿속에 구름 한 점이 둥실 떠올랐다면, 그 언젠가 카메라를 들어 어떤 순간 구름의 모습을 담은 적이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우린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린 구름 추적자이다.

어쩌면 땅에 발이 묶여 있는 우리가 자유롭고 싶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주 고개를 들어 가만 흘러가다 아무런 미련없이 흩어지는 구름을 따라가다보면 ‘아 몰라, 구름 흘러가듯 살자.’ 그렇게 가벼운 구름 같은 마음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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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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