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대화 : 가을겨울
아이들의 대화 : 가을겨울
2026.01.17
은·⌛12분

[1030 짧은 대화]

가을을 느끼며 걷는 길. 갈대와 억새가 찰랑이고, 햇살이 강물에 비치는 길을 따라 걷기 좋은 계절.

하늘나라로 간 꿀벌을 발견한 민석. 주변으로 모이는 친구들

민석 : 하늘 나라 가서 행복해!

나뭇잎 두 장을 덮는다.

승민 : 하늘나라에 가서 맛있는 꿀 다~ 먹어라~
예주 : 하늘나라에선 키도 많이 크고 알도 많이 낳아.
승환 : 고생 많았어~
민서 : 좋은 곳에서 잘 살아!!

아이들의 이별 방법 1.

모래밭에 떨어진 송충이를 발견한 주혁

주혁 : 송충이 집 옮겨주자.
연욱 : 단단한 땅을 만들어, 그럼 송충이가 여기로 올라오면 내가 살살 잡아서 옮길게!
승근 : 그럼 내가 여기 모래를 채워줄게!
민석 : 그럼 내가 울퉁불퉁한 곳을 팔게! 승근이가 쌓아!
예주 : 너희들 작은 벌레들 세상을 만드는구나! 그럼 내가 여기가 안전하다고 곤충들을 데려올게!
유찬 : 내가 곤충들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줄까?

나뭇잎을 한 장 줍는다.

유찬 : 나뭇잎을 살살 밑에 깔아주면 돼!

함께 다른 곤충들을 데리러 가는 예주와 유찬.

[0123 기다리던 눈 오는 날]

동식물 친구들이 모두 잠드는 계절. 세상이 조용해지면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찾는다. 나뭇가지, 낙엽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놀잇감이 되고,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뜨게 한다.

도빈 : 눈 온다, 눈!!
예준 : 얘들아 빨리 옷 입어 얼른 나가자!! 그치기 전에!!
우승 : 우와, 진짜 펑펑 온다~
다솜 : 근데 바람이 너무 차가와~
지호 : 얼굴이 찢어질 것 같아 으~~
지후 : 목도리를 코까지 해! 모자를 쓰고 단추를 잠궈! 난 내복도 입어서 안 추워!
예준 : 얼음이 꽁꽁 얼었는지 보러 가자요~
지호 : 진짜 얼음이다~ 스케이트 탈 수 있어요?
우승 : 우와 진짜 눈이다 눈~
다빈 : 여기 내리막길이니까 굴러서 가자.
지후 : 대신 눈을 빨리 털어야 옷이 젖지 않아.

[0206 졸업을 앞두고]

다솜 : 저는 6살 되기 싫어요~
도경 : 돌고 돌아 다시 5살이 되면 좋겠어요!

도경이가 의자에서 한바퀴 도는 시늉을 한다. 다같이 제자리에서 괜히 빙그르르 돌아보는 아이들. 깔깔 웃는다.

예린 : 나는 너희들이랑 헤어지기 싫어~

옆 친구들과 꼭 끌어안는 아이들.

주원 : 그래도 6살 때 선생님이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을 거라고 했잖아. 기대되지 않아? 나는 너무 기대 돼! 기차 여행도 갈 수 있고! 자전거도 타고!
다솜 : 기대도 되는데 다시 5살 하고 싶기도 한 그런 마음이야.
주원 : 맞아, 나도 사실 그래. 히히.
지후 : 오늘 더 많이 안자.

입술을 내밀고 다가가는 지후, 웃는 주원

지호 : 지금 더 많이 많이 같이 놀자! 내일도, 내일도, 내일도 같이 놀자!!!
수호 : 좋아! 오늘 밥 먹고 행복방에 가서 놀까?

아이들의 이별 방법 2.

가을은 열매가 맺히는 계절이다. 아이들에게 봄에 마음 속에 심은 씨앗이 어떤 모습으로 자랐는지 물어보곤 한다. 그 열매를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 어떻게 쓰고 싶은지도.

3월, 아이들에게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작은 씨앗이 심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마음 속 작은 씨앗이 어떤 모습의 꽃과 열매, 싹으로 텄으면 싶은지 묻는다. 예쁜 꽃이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뜬금없이 빨간자동차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엄청 고심 끝에 시계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다. 자기 집에서 제일 잘 보이기 때문에. 유치원에 지각하지 않게 시계를 봐야 한다며. 아침에 먹은 딸기가 너무 맛있었는지 자기 마음 속 씨앗이 나무가 되어서 딸기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여름에 덥지 않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를 본받아 바람을 불어주는 시원한 프로펠러 나뭇잎이 달린 나무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다. 점점 자라 나무가 되면 자기가 너무나 좋아하는 장수풍뎅이가 집을 지으러 와서 같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하는 귀염둥이도 있고.

무엇으로 피어날지 모를 씨앗이 자라기 위해 비와 바람, 햇살이 필요하듯 마음 속 작은 씨앗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속에도 비와 바람, 햇살과 같은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본다. 좋아하는 친구가 나랑 놀아주지 않을 때, 절망스러운 마음이 세차게 내리는 ‘비’일 수도 있고, 소꿉놀이 때 하고 싶은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속상한 마음이 ‘폭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 속에서 인내, 양보, 배려, 존중이라는 이름을 배우며 함께하는 법을 알아간다. 그렇게 땅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열 번 스무 번을 연습해, 하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 욕심을 버리고 누군가를 위해 보낸 진심이 통했을 때의 그 마음은 ‘태양’보다 값진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자연스럽고도 셀 수 없는 순간들을 경험해야만 우리 마음 속 씨앗이 움틀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마음 속 씨앗의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자연의 순리이자 아이들의 말을 빌린 거대한 은유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예쁜 꽃, 자동차, 선풍기, 장수풍뎅이같은 좋아하고 재밌는 것들로 단순하게 떠올린다. 시작은 누구든 언제든 그렇게 하면 되는 것 같다. 꼭 나무가 되지 않아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수많은 가지는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며 자연스레 채워지고 뻗어나가게 될 것이다. 의미도 만들기 나름이다. 아이들에게 봄에 나누는 씨앗 이야기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는 힘이 되면,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재밌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면, 그저 순간 귀엽고 엉뚱한 상상들로 한바탕 웃음 지을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웃음거리면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또 다른 의미인 걸.

울고 웃는 계절 속에서 아이들에게 비바람과 폭풍은 때론 알아채지 못하게, 때론 무섭게 마주보며 지나가고, 1년이 지난 겨울, 수많은 경험 속에서 여전히 단단해지지 못한 마음 안에서도 아이들은 이미 사랑하는 법, 함께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이별하는 법도, 그리움도 배웠다. 여전히 무엇인지 모를 푸른 싹은 분명 돋아났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 때,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그렇게 자라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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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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