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하면 좋을까. 솔직한 고백으로 내어놓기에 좋은 글감을 떠올려 본다. 고백하기 멋진 나의 약점들. 이를 부딪히는 습관? 자기중심적인 생각들? 부끄러운 과거?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망설인다. 나의 맨얼굴은 그런 곳에 있다.
나의 모든 곳에는 치부가 있다. 발에서는 냄새가 난다. 체형은 내 취향이 아니고, 손톱은 어릴 때 뜯어먹어 못나게 자랐다. 피부도 내 뜻과는 다르게 거칠고 항상 뭔가 자라나 있다. 입속에는 덧니가 났고, 머리숱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 많고 많은 치부들, 숨기고 싶은 것 중에 가장 큰 치부는 내 큰 머릿속에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향은 부산, 전공은 무엇, mbti, 무얼 좋아하고 취미는 어떤지, 이런 것 말고.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나는 때때로 박애주의자이며, 때때로 인간혐오에 휩싸인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삼십 분 안에 미워했다가 한 시간 안에 헤어짐을 상상한다. 나는 스스로를 참을 수 없이 자랑스러워했다가 순식간에 동정하고 있다. 나는 매일의 오늘에 당당하게 선택하고 매일의 내일 밤 침대에 누워 후회한다. 나는……..
내 안에는 그런 수많은 모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혼란 그 자체가 머릿속에 들어와 있으니 혼란스럽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 많은 모순들과 정면 승부를 펼쳐본 적도 있다. 나와 내가 싸운다. 이것이 맞는지 저것이 맞는지 겨룬다. 승자는 오늘도 나. 과연 어느 쪽의 내가 승리했을까?
모순은 그렇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림자 없는 빛은 없고, 빛 없는 그림자도 없다. 그런 건 잘 알겠지만, 내일의 삶에서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밝으면서 동시에 어둡단 말인가. 지저분하고 비루한 내 자아는 회색 따위 되어줄 리 없다.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을 알고 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거울 속에서 만난다. 거울 속 남자는 내게 비웃음이 섞인 동정을 보낸다. 타인의 시선은 필요하지도 않다. 아니 아직 그런 것을 기대할 때가 아니다. 나 자신의 무한한 감시만으로도 벅차고 아직도 그걸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신은 어째서 나에게 자기를 주었을까. 나와 나는 끝없이 관계한다. 나는 나로부터 자유롭고 싶고. 동시에 자유롭고 싶지 않다. 후회나 죄책감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고 싶다. 동시에 그것이 없는 삶을 두려워한다. 자기 확신이 가득 찬, 진실을 아는 사람들. 그들을 동경하고 동시에 그들을 혐오한다. 입 밖으로 내뱉기도 힘든 나쁜 마음으로.
세상은 모순 덩어리이고 작고 작은 조각인 나조차 모순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나는 내 모순 하나도 끌어안을 줄 모르는 사람이고 당연히 타인의 모순은 안중에도 없다. 사랑이란 단어의 뒤에는 괄호를 치고 미움이란 단어를 적어 두어야 한다. 둘은 결코 떨어질 수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고백한다. 나의 맨얼굴은 거울 속에 비친 한 남자의 얼굴. 나는 그를 한없이 사랑하고 한없이 미워하고. 오늘도 승자는 역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