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가 문을 닫고 들어가는 곳
정치인의 비서로 일하다 보면, 식사는 '일'이거나 '휴식'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를 모시거나, 누군가와 함께하며 대화의 맥락을 챙겨야 합니다. 젓가락질 한 번에도 신경이 쓰일 때가 있죠.
술자리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이 무르익고 대화가 풀어질수록, 저는 오히려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 사소한 대화의 맥락, 스쳐 지나간 눈빛, 말의 온도를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 날, 그 자리에 대해 정확히 '말씀'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맛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닙니다.
이 모든 복잡한 맥락과 신경을 잠시 꺼둘 수 있는 '차원문'이 필요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저의 '맛집'이자 '차원문'은, 대구 중구에 위치한 "츠바키노하나"입니다.
이곳은 알차게 준비된 특별한 오마카세를 내어주는 곳입니다.
대구의 다른 곳들에 비해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그 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세심하게 고른 재료와 정통 일본식의 정성스러운 조리가 돋보이죠.
정치인 비서를 하면서 제 나이에는 만나기 어려운 분들을 뵙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배울 점이 많고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 저는 꼭 추가로 저녁 자리를 청하는데, 그때 처음으로 모시는 곳이 바로 이 식당입니다.
그만큼 '츠바키노하나'는 제게 단순한 맛집을 넘어, 새로운 인연을 이어나가는 소중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 '차원문'을 통과해 소규모의 아늑한 다찌(datsi)에 앉는 순간, 저는 관찰하는 '비서'에서 온전히 대접받는 '손님'이 됩니다.
이곳의 시작은 늘 전복찜과 게우소스입니다. 비린 맛 하나 없이 부드럽게 쪄낸 전복을, 진하고 녹진한 내장 소스에 찍어 입에 넣으면 비로소 긴장이 풀립니다. 이어지는 표고버섯 튀김은 또 어떤가요. 바삭한 튀김옷 속에 숨겨진 탱글탱글한 새우 살과 표고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미각을 깨웁니다. 그 뒤로 참치를 비롯한 제철 생선 초밥들이 차례로 이어지며, 혀끝에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비서로서의 저는 술자리의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하지만, 이곳에서의 '소통'은 다릅니다.
"어떤 눈빛이었는지" 기억할 필요 없이, 그저 "얼마나 맛있는지"에만 몰두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제게 단순한 맛집이 아닙니다.
치열하고 복잡한 '공적인 나'의 세계에서, 잠시 '온전한 나'의 세계로 건너가게 해주는 저만의 '차원문'입니다. 그리고 그 문을 나설 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은 물론, 이곳은 저에게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곳 이기도 합니다.
이 식당에 제가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하고 인연의 시작을 이어간 분들은 지금까지도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영감이 되시는 분들입니다.
공적인 사이로 만나 이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를 거치며 대화의 물꼬를 트면, 어느새 끈끈한 사이가 되는 그런 마법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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