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그만뒀다.
대학원을 그만뒀다.
2025.11.10
admin·⌛5분

맨얼굴이라는 주제가 마음이 좋지 않게 다가오는 시기이다. 내 맨얼굴. 내 내면을 그냥 글로 적자면 너무 후지다. 모든 병은 상실에서 온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많은 것을 잃은지 한달이 조금 넘어간다. 몇 년동안 바라보고 뛰던 목표가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학원 졸업을 한학기 남기고 그만 둔 사람을 사회는, 부모는, 친구는 어떻게 바라볼까. 한달이 넘어가니 이제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맨얼굴의 나는 너무 후지다.

대략 2년전만 해도 나는 내 맨얼굴, 내 내면, 내 본심을 좋아했다. 동기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면 진심으로 기뻐했고, 축하했다. 다른 동기들의 질투섞인 말들이 이해가되지 않았다. 본인이 한 노력에대한 결과는 너무 공정한 것이라 생각했다. 몇몇 학생들은 너처럼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러한 말들에서 이상한 우월감도 있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도 대학원 동기들이 다른 학생들의 논문을 보며 비판하고, 깎아내릴 때에도 마음이 참 좁구나 생각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그 친구들의 질투어린 말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솔직했기에 나온 말들인지.

대학원 진학 후 일년동안 하던 주제를 다른 학생에게 넘겨주었다. 석사 첫 주제였기에 애정도 높고 그 분야의 타 대학 교수님들과도 만나며 뛰어왔다. 지도교수님은 이정도 했으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 논문을 여러개 갖고 졸업해야 한다고 하셨다. 다음 실험주제는 꽤 애를 먹었다. 이틀 사흘 밤을 새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두시간 내내 폭언을 들은적도 더러 있었다. 피부는 상할대로 상해 명절날에도 내려가지 못했다. 며칠 밤을 새고 자취방에 갔을 때 방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거실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다. 잠을 오래 못자면 헛 생각이 든다는게 이런거구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
하루는 학회 구두발표 준비를 위해 교수님 오피스에서 미팅하며 발표 연습을 해야했다. 발표 중 손을 떠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버릇 어디서 들여왔는지. 손떠는거 보여줄거면 나가라며 폭언을 시작하셨다. 그렇게 나갔다.
부모님과 상의를 할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나갔다.
한달이 넘은 지금도 생경하다. 그 후로 내 맨얼굴을 들여다볼땐 예전의 자랑스러움은 없다.

아직도 현실과 꿈의 괴리를 못놓고 허영심으로 가득하다.

오늘 주제를 보고 두시간정도 누워있다가 생각나는 감정들을 주저리 적었다. 21일이 지난후에는 지금보다는 날 자랑스러워하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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