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고시생
5년째 고시생
2025.11.10
admin·⌛8분

내 민낯이라 하면 내가 현재 나에게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대학 졸업 후 5년째 취업 준비생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시생이다. 정말 미치고 돌아버리겠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고시생이 공부는 안하고 글쓰기나 하고 있으니 5년째 못 붙었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뭐 아무도 이런 생각을 안했다면 미안하다. 내 자격지심이다.

내가 찬란히 기대해온 나의 이십대 후반은 이 모양새는 아니었다. 아직 미완성일거라 예상했지만 아직도 합격을 못했을거란 상상은 정말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시험은 붙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데 성공경험이 주어지지 않으니 자아효능감이 조금도 올라가지 않는다. 잦은 실패경험은 사람을 그냥 지치게 만든다. 그럼 포기하고 다른걸 준비할 용기라도 주던가, 때려칠 용기도 합격할 희망도 없는 나는 어째야할까?

취업을 못한 것이 내 민낯이라 하기엔 아직 낯부끄러운 내 속내를 덜 깠다. 누군가는 나를 게으르다고 볼까봐 누군가는 나를 한심하다 생각할까봐, 항상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쉽게 떨어짐를 어필해왔다. 되려 위로 받았고, 날 뽑지 않은 시험이 멍청한거고 난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받았다. 그치만 난 합격할만큼 공부하지 않아서 떨어졌다. 위로도 응원도 받을 자격이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점 부끄럼 없이 말해보자면 최선을 다했던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같이 모여 으쌰으싸 공부했던 초수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뒤로 졸업을 하고 혼자 공부를 하고부터는 계속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일년에 딱 한번뿐인 시험을 혼자서 일년 내내 준비하려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불합격 후의 내 마음챙김도 또 다시 시작되는 일년 간의 고시도 모두 다 혼자 해내기 버거웠다. 붙을지도 모르는 시험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 보다 당장 코 앞의 쾌락을 즐겨나가기 바빴다.

초수때 가장 친했던 스터디원의 합격을 목격한 뒤부터 현재까지도 계속 해서 친한 사람들이 합격한다. 너무 축하한다며 말을 보내지만 침대에 누워 시기와 질투에 잠겨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간다. 배아파 죽겠다. 저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하는데.

재수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하다못해 학생때도 알바를 하며 돈을 벌고 살았는데 대학도 졸업한 성인이 돈을 한푼도 안 벌고 살기엔 염치가 없었다. 그때부터 변명거리가 생긴 것 같다. 공부에 집중 못하는 것이 내 탓이 아닌 일을 하게 만든 환경탓이라 변명했다.

고시생이 합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 뿐인데 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았다. 다들 잘 하는데 나만 못 견디는 것 같아서 더 미칠 것 같았다. 근데도 계속 공부가 하기 싫었다. 아니 현재진행형, 하기싫다. 그냥 합격을 날로 먹고 싶다.

공부도 안하고 합격을 바라는 내가 참 한심하다. 공부 해야되는데 책은 안 보고 글을 쓰며 나를 찾으려는 내가 참 한심하다. 나 자신을 한심해하는 내가 부끄럽다.

마침 어제 최근 시작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나와 동갑인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직업이 있었다. 나를 소개하는 방법에 ‘직업’이 있다는 것이 참 서글프지만 나조차도 출연자들의 직업을 보고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어떤 성격일지 유추하고 그게 매력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5년째 고시생인 나는 어떻게 느껴질까.

나는 지금의 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고 변명하는 내가 못마땅하다. 나 자신을 이렇게 여기는게 내 민낯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꽁꽁 숨겨 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함을 표현한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주겠냐고 뻔뻔하게 이야기한다.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게으른 나는 우리 모두의 비밀로 남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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