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왜 중요한가
고통은 왜 중요한가
2025.11.11
admin·⌛5분

전설적인 록밴드 너바나는 1991년 이렇게 노래했다. “물고기는 먹어도 괜찮아, 왜냐하면 그들은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으니까.”(곡 ‘섬싱 인 더 웨이’(Something in the Way)의 한 소절) 지금 보면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이 내용에 대한 문제 제기나 반발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류의 고통에 대한 과학적·윤리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고작 20년 전 일이다.

어류가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것은 2002년 영국 과학자들이었다. 당시 리버풀대 박사후연구원이었던 린 스네든과 연구진은 어류가 고통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무지개송어의 입에 벌 독과 아세트산을 주사했다. 대조군(실험 처리를 하지 않은 집단)은 식염수를 주입하거나 바늘로 찌르는 자극만 가했다.

무지개송어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지만, 그 정도는 투입 물질에 따라 달랐다. 대조군의 아가미 개폐 횟수가 분당 50회에서 70회로 증가할 때, 실험군은 90회까지 늘어났다. 독과 산이 주입된 송어들은 숨을 더욱 헐떡인 것이다. 이들은 몇 시간 동안 먹이 섭취를 중단했고, 고통을 덜려는 듯 수조 바닥에 누워 몸을 흔들거나 돌과 수조 벽에 입술을 비벼대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를 어류가 통증을 인식한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점은 왜 중요할까. “‘통증을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생물체가 지각력(sentience)을 갖고 있다’고 결론짓는 데 튼튼한 기초”(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통각과 통증을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통각이 외부 자극에 대한 감각이라면 통증은 그 감각을 인지하는 ‘주관적 경험’이라 본다. 그러니 한 생명체가 통증을 느낀다면 이들도 인간처럼 쾌락과 고통을 경험할 능력을 지닌 존재(Sentient Being)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류는 여전히 쉽게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생명체다. 8월2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 포 애니멀스(Asia For Animals) 콘퍼런스에 주요 연사로 참석한 스네든은 다시 한번 물고기의 고통을 강조했다. “해마다 1조~2조5천억의 물고기가 산 채로 물 밖으로 꺼내져 질식사 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고기는 최대 20여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경험합니다.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과학은 이미 충분히 이에 답하고 있습니다.”(김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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