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한 돈=100만원’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금 한 돈(3.75g)을 사려면 90만4천원(18일 기준)을 줘야 한다. 국제 금값은 지난 17일 트로이온스(약 31.1g, 이하 온스)당 4250달러였다.
인류는 오랫동안 금을 실제 화폐로 사용했다. 이후 19~20세기 초 금본위제를 거쳐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통해 변형된 금본위제인 금환본위제가 시작된다. 달러 가치는 금에 고정되고(1온스=35달러)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연동되는 체제였다. 1971년 미국이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붕괴한다. 이후 금은 화폐 기능이 완전히 소멸하고 투자자산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1971년까지 온스당 35달러로 묶여 있던 금값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1980년 850달러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급락했고 이후 20년 동안 500달러 아래에서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오른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천달러를 돌파해 2010년대 초반 2천달러 근처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안정되면서 다시 1천달러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다. 2020년 2천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3월 3천달러를 뚫더니 이번달 4천달러를 깼다.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65%나 된다.
그동안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금값은 달러가 약세이거나 인플레이션이 심각할 때, 경제·금융위기가 터질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값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는 달러 약세가 꼽힌다. 국가부채 증가 탓에 미국, 유럽 등의 국채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점도 금 선호를 키우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서 미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을 사들이고 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도 한몫한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5천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너도나도 금 투자에 뛰어들면서 골드바 판매가 중단되는 등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금은 가격 상승 외에는 이자나 배당 같은 수익이 전혀 없는 자산이다. 장기수익률로 보면 주식이 더 높기도 하다. 급등만큼 급락도 심하다. 모든 투자자산은 상승기에는 한없이 오를 것 같아 보여도 언젠가는 꺾인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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