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깜빡깜빡 반짝이는 별빛에, 은은히 우리를 비추는 달빛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저 원소들의 핵융합 반응일 뿐인 별빛이, 태양의 빛을 머금고선 밤이 되면 그 빛을 고스란히 뱉을 뿐인 달빛이 뭐 그리 아름다운지.
원리를 말로 설명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일까요. 그저 스스로의 내면을 투영해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자연에 위로받는다 그리 믿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인지라, 우리가 별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우리가 저 아름다운 별에서 태어났다니. 문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문장이지요.
SF 영화들을 사랑하고 우주를 동경하는 마음에 그 언젠가 사두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제가 가진 책들 중 가장 두꺼운 책이자 유일한 과학책이었습니다. 당연히 완독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이직을 준비하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제주 고산에 사는 동생집에 내려가 있을 때, 마침 옆동네 책방에서 '<코스모스>를 함께 읽기 위한 별빛낭독회' 크루를 모집하더라구요. 매일 밤 밤하늘을 보던 때라 바로 신청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별빛낭독회'는 천문학자가 함께 읽는 과학독서모임이었어요. 장벽이 높은 <코스모스>를 함께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기획하셨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천문학 전공자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시겠다 하셨습니다. 인연인지 제주에서 농부 겸 작가 겸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지내고 계시던 호스트 분은 마침 제가 있던 고산의 주민이기도 하셨답니다. 그런 이유로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독 별이 빛나는 고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별을 보러 가자 약속하기도 했지요. 매주 서로의 목소리에 기대어 함께 별을 볼 날을 기다리며 조금씩 조금씩 읽어 내려갔습니다. 매번 봐도 신기한 행성들의 사진, 선명한 별자리, 유난히 맑은 날 마침 나도 보고 있는 달 사진들이 올라오면 괜히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별과 달을 애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달까요. 함께 우주를 동경하는 친구와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기분은 가히 벅차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하늘의 빅 이벤트인 슈퍼문이 뜨는 날과 월식이 있는 날은 단톡방도 유난히 들뜹니다. 이 편에서 가려진 달에 속상할 때, 저 편에서 빛나는 달 사진을 보내주면 그걸로 충분해지기도 하고, 그저 가려지는 달을 보겠다고 다 함께 잠을 참아가면서 나누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유성우와 혜성을 기다리며 몇 십년 뒤의 하늘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죽을 때까지 알지도 보지도 못할 어떤 하늘의 모습을요. 아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저마다 서 있는 곳에서 보내오는 그날의 하늘의 모습을 나누면서요. 7개월이 지났고, 저희는 <코스모스>를 완독했습니다. 4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책을 읽던 우리는 11월의 어느 날, 제주에 모여 함께 별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함께 읽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칼 세이건의 인문학적인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마음 깊이 공감이 가고 큰 울림을 받았지만, 과학의 논리와 언어의 논리로 적혀진 글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데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과학책에 함께 읽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의견들, 우주를 대하는 마음과 같은 힘이 더해져 저에게 <코스모스>는 살아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그 과학 원리들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었던 사람들과의 대화만은 선명합니다. 우주가 얼마나 무한한지,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이야기, 한없이 겸손해지는 마음. 천문학자들은 별을 보는 것보다 빛을 해석하는데에 온 시간을 쏟는다는 것. 우리도 우주도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서로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는 <별자리들> 작가님의 말씀 같은. 그렇게 읽다 말았을 <코스모스>는 제게 광활한 우주 속 오직 하나의 행성에서 찰나의 시간에 함께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좀 더 마주보게 해준 아주 ‘다정한’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뭐, 우리 별빛낭독회 모임원들 중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요.
천문학에서 ‘별’은 ‘빛을 내는 천체’를 뜻합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천체’라고 하죠. 그럼 저는 여기 당연히 ‘우리’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 우리는 별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일 밝은 별이라고 알려져 있는 ‘북극성’은 자리가 변하지 않아 우리가 찾기 쉬운 별이기는 하지만 별들 중 그리 밝은 별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대부분의 별자리는 우리의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딱 그 계절에 더 빛나는 별이 있기도 합니다. 유난히 더 밝게 보이는 듯한 별도 우리에게 보이는 밝기를 따라 지구인들이 정한 기준일 뿐, 실제 별의 밝기와는 다르다고도 알려져 있지요. 별은 저마다의 광도로 빛납니다. 무한한 우주에 무한한 별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유영하고, 꽤 오래 타오르다 어느 때에 어느 누군가에게 더욱 밝게 비춰지기도 합니다. 끝이 있을지라도요. 허무하게 느껴지시나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우리에게 반짝이는 날들이 아직은, 허락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이 한마디 입니다.
To. 그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별들에게
From. 이 편의 작은 별이 다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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