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뜨고 진다는 것
태양이 뜨고 진다는 것
2025.12.03
은·⌛8분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이 비칠 때 어떤 감정의 파동을 느낀다. 깜깜한 밤 혼자 걷고 있을 때 멀리 빛 한줄기가 보이면 비로소 숨을 고르며 안심한다. 형체 없는 어떤 존재를 두려워하며 얼른 밤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던 마음도 느슨해진다. 엇갈리는 인연을 떠올리며 밤이 꼬박 지나가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해가 뜨는 게 끔찍한 어느 날에 끝도 없는 불안에 잠기다가도. 태양이 뜨는 것을 가만 보다 보면 잠깐은 잊게 되기도 한다. 어둠과 함께 남겨진 불안을 녹이는 숨.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를 알리는 빛. 일출은 늘 희망찬 하루의 서곡이자, 그럼에도 삶이 다시 펼쳐질 수 있다는 시작점 혹은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빛을 떠올리면 인간을 넘어선 거대한 자연의 힘에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모두 동감할 듯 싶다.

인간의 사고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일지 몰라도, 자연의 일부인 우리는 사계절, 일몰과 일출 같은 자연의 주기를 곧 우리 삶에 투영해왔다. 시작과 마무리의 동의어로 느껴지는 일몰과 일출을 인간의 생애에 빗대곤 한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뜨는 것도, 지는 것도 정말 한순간이다 싶다. 순식간에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에 감동하다보면 저무는 하루가, 사라지는 태양이 참 아쉬울 때가 있다.

남해를 자주 오가던 때가 있었다. 해가 지는 것을 참 많이 봐왔지만 해가 그렇게나 내 가까이에서 지는 듯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바다를 따라 달리던 중에, 창문 너머로 지고 있는 태양이 정말 원반만큼이나 커서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 여태까지도 태양을 그렇게나 큰 크기로 본 적이 없다. 낮게 내려온 태양 안에서 태양을 따라 걷는 검은 그림자처럼. 어느 서부영화 길 끝에 지는 거대한 태양을 향해 걸어가는 주인공처럼. 그렇게 커다란 해를 배경으로 걸었다. 노을이 위로가 되는 건, 아주 낮은 곳까지 비춰주는 빛의 따스함, 하루의 끝에서 천천히 스스로를 내려놓는 듯한 붉은 색의 태양에 함께 풀어지는 마음, 어떤 고됨과 슬픔도 잠시 그 노란색의 빛 속에 녹아들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마음들이 더해져서이지 않을까. 마음까지 물들이던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노을 사냥꾼 마냥 노을 명소로 유명한 곳들을 찍고 다녔다. 남해, 해넘이 전망대, 가장 서쪽의 바다, 3대 노을 명소, 야경 명소라는 어느 동남아시아의 해변, 프라하, 부다페스트, 어느 멋진 성 같은 전 세계의 노을 스팟들. 계절마다 해 지는 시간을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동그란 해가 반 정도 사라지는 것도 참 아쉬웠다. 온전한 해를 담고 싶은 마음에 숨이 차도록 뛰고 또 뛰어 해가 넘어가기 전에 도착하려 애쓰던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서둘러 도착한 곳에 이미 해가 넘어가 버리고 없으면 괜히 아쉽고 허전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그런 곳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버튼을 필사적으로 두드렸지만 끝내 스테이지 하나를 못 깬 거 마냥 아득한 좌절감만 남던 때도 있었다.

바쁘게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어느 심심한 주말, 문득 노을을 위한 여행을 떠나지 않은지 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풍경과 노을의 위로가 그리워져 아빠를 불렀다.

“아빠, 어디 노을 잘 보이는 공원 같은데 없나? 노을이나 보러 갈까?”
“뭐 공원까지 찾아가노. 해가 뜨고 지는 건 어디에서 봐도 다 아름답다.”
“... 그럼 집 앞이나 한 바퀴 돌까.”

무심하게 내뱉은 60대 경상도 남자 그 자체인 아빠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아름답지 않은 일출도, 아름답지 않은 노을도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보는 노을도.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옆 유리벽이 물들 때도. 친구들과 한참 수다를 떨다 첫차를 타며 날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던 때도. 시내 뒷골목 허름한 할머니집 옥상에서 건물 사이 좁은 틈으로 곧 사라질 듯 보이는 노을도. 생각이 많은 날, 내 방 창 너머 힐끗 보이는 나뭇잎들이 밝아져 올 때도. 조금 슬픈 날도, 기쁜 날도.

그렇게 매일 걷던 그 길을 걸으며 아파트 단지 사이로 노을 지는 하늘도 참 예뻤다.

아빠의 말이,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뜨고 지든 모두 아름다울 거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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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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