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U 등
SISU 등
2025.11.10
반다이·⌛16분

지난 모각글 시즌 3에서 술 냄새를 풀풀 풍겼습니다. 이번 시즌은 술 얘기를 빼자 다짐했건만.. 주제가 이렇다면 ‘어쩔 수 없이’ 술 얘기를 쓰는 수밖에 없네요. 홍홍

주종을 가리지 않고 술을 먹습니다만, 최근 빠진 건 칵테일입니다. 다른 곳에 돈 쓰는 곳이 거의 없어서 술에만 몇백을 태웠으니 한 번 믿어보셔도 됩니다(?). 몇 달 전엔 바텐더 분 두 분이 이렇게 말하셨어요.

A: “00이 서울 바들 다녀오더니 입맛 너무 까다로워졌어”
B: “그래도 대구에 이런 사람 있어야 바텐더들이 긴장하지. 아무거나 다 맛있다 하면 그 실력에 안주하게 된단 말이지”
나: ‘난 소주도 먹는데..’

바에 대한 이미지를 먼저 좀 적어보자면 저는 20대 내향형 여성이고 혼자 돌아다닙니다. 싸구려 티셔츠나 후드티 입고 화장도 안 하고 거지꼴로 대충 들어갑니다. ‘고인물 룩’이라고 하시긴 하던데 드라마에 나올 만큼 부담스러운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바텐더 분들은 대부분(사장 포함)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십니다. 친구처럼 대해주시고 친절합니다. 칵테일을 잘 모르시면 추천해 달라 해보세요. 취향대로 만들어주실 겁니다. 가격은 평균적으로 잔당 18,000원 정도인데 한 잔만 주문해서 두 시간 앉아 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정도 하고 바(BAR) 추천 들어가겠습니다. 끝엔 일반 맛집(술안주)도 몇 개 적을게요.

SISU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바입니다. 바 테이블만 8석 정도뿐이고 공간은 협소한데 차분하고 좋습니다. 바텐더와 얼굴 마주하기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은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전혀 안 부담스러워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구에서 내실이 가장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칵테일을 수백 잔 마셔보니 최근 느끼는 건데, 취향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맛있는 맛’이 슬슬 구분되더라고요. 기본기가 좋다는 거겠죠. 어떤 걸 주문하셔도 탄탄한 맛이 날 겁니다. 서울의 유명한 바에서 일하다 내려온 후 개인 바를 차린 분이라 서울의 맛도 납니다. 식사라고 할 만한 음식은 판매하지 않으니 식사 후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살롱드코르사

슬로우덴(뒤에 설명)을 운영하시던 대표님이 2호점을 내신 곳입니다. 거의 유일하다시피 대구 바에서 식사가 메인입니다. 일식, 양식 다이닝 셰프님들이 두 분 계세요. 개인적인 평으로는 동네 맛집과 오마카세 중간쯤의 퀄리티인데 동네 맛집보다 해 봐야 오천 원 정도 비싼 수준입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이면 안 갈 이유가 없다는 거죠. 칵테일보단 밥 먹으러 자주 갑니다. 물론 칵테일도 잘하십니다. 위스키도 팔고 와인도 팔고 사케도 팝니다. 사케 종류가 생각보다 많은 듯해서 사케 좋아하시면 가도 좋을 것 같네요. 분위기가 좀 고급지긴 한데 여전히 저는 만 원짜리 티셔츠 입고 갑니다. 테이블석도 있습니다.

슬로우덴

살롱 드 코르사의 1호점입니다. 얘를 뒤에 적은 이유는 제가 자주는 안 가기 때문인데 이건 1000% 취향 때문입니다. 칵테일 유튜버 ‘어쿠스틱 드링크’ 님께서 소개하신 적 있는 바입니다. 그땐 웨이팅이 어마어마하게 생겼다는데 요즘은 좀 줄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대구에서 유일한 ‘시가 바’입니다. 시가를 판매하니 체험? 으로도 좋겠습니다. 좋게 보고 있는 건 시그니처 메뉴들인데요. 시그니처 메뉴는 보통 손에 꼽는 개수만 만드는데 이곳은 스무 개 정도 되지 싶습니다. 제가 잘 안 가는 이유는 시가도 안 필 뿐더러 도수 높은 것(40도)을 위주로 마시는데 시그니처 메뉴들이 전부 도수가 낮아서(5~20도) 그렇습니다. 반 정도 마셔보긴 했는데 전부 맛있어요. 신규 시그니처 나오면 먹으러 종종 갑니다. 테이블도 있고 공간 넉넉한 편에 속합니다.

소지

찻집입니다. 찻집의 탈을 쓴 바입니다. 처음 갔을 때 차 메뉴판만 주시길래 “술..” 했더니 술 메뉴판을 다시 주셨습니다. 바에서도 술병이라곤 잘 안 보이는데 밑에서 뭐가 갑자기 막 나오더군요. 차를 응용한 ‘티 칵테일’을 파는 곳이에요. 차를 좋아하시면 꼭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차를 안 먹습니다만 티 칵테일은 맛있더라고요. 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추천해줬더니 차 퀄리티도 되게 좋다고 했습니다. 공간 넓고 그냥 카페 분위기입니다. 거리만 안 멀었다면 아지트처럼 다녔을 텐데..

주신당

바텐더들한테 추천을 받긴 했는데 검색해보니 이미지가 너무 ‘인싸’스러웠습니다. 저는 조용하고 바텐더랑 수다 떠는 게 취미인 사람이라 이런 클럽 같은 분위기, 펍(PUB) 스타일은 안 좋아하거든요. 반년 동안 고민하고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 다녀왔는데 대만족. 입구부터 엄청난 컨셉를 자랑하고 있는데 내부는 의외로 멀쩡? 했습니다. 사장님과 수다를 좀 떨어보니 근처에 술집이 많아서 주말에 가면 손님 많거나 진상 손님이 올 확률도 좀 있다고 하셨습니다. 조용한 걸 원하면 평일에 오시라고 팁을 주셔서 여기서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음식 메뉴도 많고 십이지신 시그니처 메뉴가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컨셉에 충실하다 해야 할까요. 상당히 매력적인 바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도 대-만족. 입구에선 운세 뽑기도 할 수 있는데 행운의 번호도 적혀 있습니다. 다음엔 월요일에 가서 그 번호로 로또 사려고요. 사람 많은 게 좋으시면 주말, 조용한 게 좋으시면 평일에 가면 되겠습니다.

맛집도 몇 개 적자면

서민수산회

제가 웬만하면 진짜 강추하는 가게는 없는데요. 여긴 꼭 가셨으면 합니다. 물회를 꼭 드셨으면 합니다. 날것에 환장하는 사람이라 회나 물회도 엄청 많이 먹어봤지만 대구에서 이런 물회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요. 엄마 추천을 받고 친구를 데리고 갔는데요. 저녁이라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근데 저는 웨이팅이 앞에 두 팀 이상이면 줄을 안 서는 타입입니다. 맛있는 가게는 널렸는데 굳이 줄 서야 하냐는 마인드라서요. 그런데 그날 되게 수상한 점을 봐버렸습니다. 어르신들이 웨이팅을 서는 겁니다. 이거 말이 안 되거든요. 그냥 부모님 뻘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30분 이상 가게 앞에 어슬렁거리며 웨이팅을 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이건 수상하다 라는 생각에 기다려서 먹어봤는데요. 그날 술은 먹지 말자고 다짐하며 들어갔는데 한 입 먹자마자 아무 말 없이 친구와 눈을 마주쳤고, 눈빛으로 대화를 한 다음에 소주 4병을 비웠습니다. (보통은 1~2병 마심) 물회는 아무래도 양념 맛이 대부분이라 보통 평균치 하거나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바닷가에서나 먹을 수 있는 맛을 대구에서 내고 있습니다. 적고 보니 먹고 싶네요. 이 매장에 관한 일화가 있는데, 제가 이 물회가 너무 먹고 싶은데 친구는 없고 그래서.. 혼자 낮 3시에 혼술을 했습니다. 웬 처자가 대낮부터 혼자 물회에 소주 먹으면서 이어폰 끼고 미드를 보고 있으니 신기했겠죠.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어르신들이랑 눈 마주치고 나왔습니다. 시선이 따갑더라고요...

돌핀99 범어

마파두부가 맛있습니다. 친구랑 고량주 한 병이랑 맥주 세 병 비우고 나왔습니다. 중식은 역시 고량주 아니겠습니까. 소맥보다 고맥이 맛있어요. 은은한 파인애플 향도 나게 되니.. 추천드립니다. 설명이 좀 짧긴 한데 그날 마파두부가 맛있다는 기억만 남기고 나머지 기억을 잃어서 그렇습니다. 그만큼 즐겼다는 것 아니겠나요. 고량주 먹고 싶을 땐 용용선생도 엄청 자주 가고 좋아하는데 거긴 원래 유명하니 생략했습니다.

리안

유명하죠. 10년 전부터 웨이팅이 있던 전설의 매장. 탕수육과 야끼우동이 기깔납니다. 맛도 맛인데 가격이 천사예요. 가격이 오르긴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도 한 번 다녀왔는데 여긴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웨이팅을 하더군요. 십여 년 전부터 웨이팅이 있으면 캐치테이블이나 테이블링을 좀 사용하란 말입니다. 지금도 화이트보드에 오는 순서대로 이름 적고 부르고 지우고 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옆에 카페 있으니까요. 이름 적어두고 카페에서 기다리다가 일행이랑 번갈아 가며 중간중간 확인하고 오면 좋습니다. 이름 부를 때 그 자리에 없으면 지워버립니다. 각박한 세상입니다..

이상 대구에서 나고 자란 대구 토박이의 추천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 카페나 음식점이 쾌적하고 평균적으로 맛있으니 하나 꼽으라 하면 좀 어렵더라고요.
서울 가면 공간도 협소하고 맛도 평범한데 사람은 미어터지고 그래서 별로 안 좋아합니다.

대구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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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
안녕하세요. 반다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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